'입법 독주→거부권' 되풀이 조짐에 '협치', 또 실종되나

기사등록 2024/05/02 22:00:00

최종수정 2024/05/02 23:40:52

야권 주도로 채상병특검법 국회 처리…168명 찬성

야권 "윤, 겸허한 자세로 법 수용이 민생 받드는 것"

윤, 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에…국민 70%, 특검 찬성

대통령실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 비판

"국가 혼란 빠뜨리는 사례…엄정 대응" 거부권 시사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정진석 비서실장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단독 처리와 관련해 대통령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5.02.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정진석 비서실장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단독 처리와 관련해 대통령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5.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양소리 김승민 이재우 김지은 기자 = 야당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별검사법(특검법)' 강행 처리하자 여당과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에서 되풀이됐던 '거야 입법독주→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또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총선 참패에 소통에 나선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계기로 조성됐던 협치 분위기도 다시 실종될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중심에 선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 논란을 야기하면서 4월 총선에서 정권 심판에 불을 지폈다는 점과 국민 70%가 특검에 찬성한다는 점을 앞세워 윤 대통령의 특검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은 물론 윤 대통령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데다 공수처가 수사 중이라는 점을 들어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사건 외압 논란의 진상 규명을 위한 '채상병 특검법'이 이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야당의 요구대로 채상병 특검법을 추가 상정하자 퇴장했고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를 예고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사망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재석 의원 168명 중 168명 찬성으로 의결했다.

채상병특검법은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사망한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 수사 과정의 진상 규명을 위해 독립적인 지휘를 갖는 특별검사 임명과 그 직무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실을 포함해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 등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를 인지하는 관련자들을 수사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김웅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대해 전원 표결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는 동안 규탄 대회를 열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를 공언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김진표 의장이 여야 합의 처리를 주문하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김 의장의 국외순방 출국 저지를 불사하겠다며 법안 처리를 압박하면서 결국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김 의장은 "국회법이 안건 신속처리 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비춰볼 때 이 안건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어떠한 절차를 거치든지 마무리해야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오늘 의사일정 변경동의안건을 표결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4.05.02.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4.05.02. [email protected]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을 향해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은정 조국혁신당 당선인 등은 이날 오후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보다 겸허한 자세로 이 법을 수용하고 잘 집행되게 하는 것이 민생을 받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특검법이 굉장히 어렵게 통과됐다"며 "오전까지만 해도 국회의장이 의사일정 변경 동의 절차를 진행해주실지 100퍼센트(%) 확신하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재촉하고 말씀드리고 동료 의원들을 보듬은 끝에 통과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 통과가) 끝은 아니다"라며 "거부권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 안타깝다. 이렇게 많은 국민이 원하는데 또 거부권을 행사할까 걱정하는 현실이 아쉽지 않냐"라며 "이 법은 악법이 아니다. 특별한 법도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적인 특검을 위해서 하는 법인 만큼 특검법을 수용하길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도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며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개입했는지 낱낱이 수사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채해병 특검법 처리를 촉구해온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의힘은 처절한 반성과 분골쇄신을 하라"며 "채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첫번째 반성이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선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을 군말없이 수용하시기 바란다"며 "우리 국민의 요구를 묵살하고 거부권을 행사할 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적으로 규정하고 사생결단의 항전을 선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5.02.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5.02. [email protected]


반면 대통령실은 강력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별검사법(특검법)'이 이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에 유감을 표명하며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고 밝혔다. 그는 "엄중 대응하겠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채상병특검법 강행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2일 임명된 정 실장의 첫 브리핑이다. 비서실장이 직접 발언에 나섰다는 건 이번 사안을 대통령실이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 실장은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의사 일정까지 바꿔가며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임에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한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수회담에 이은 이태원특별법의 여야 합의로, 처리로, 여야 협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폭주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협치 첫 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은 여야가 힘을 합쳐 민생을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는 채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사고의 원인과 과정 조사, 그리고 책임자 처벌은 당연하다"면서 "현재 공수처와 경찰에서 철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게 당연하고, 이것이 우리 법률이 정한 특검 도입의 취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률에 보장된 대로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특별검사 도입 등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서 설치한 기구"라며 "당연히 수사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지금까지 13차례의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가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오늘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실은 향후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입법 독주→거부권' 되풀이 조짐에 '협치', 또 실종되나

기사등록 2024/05/02 22:00:00 최초수정 2024/05/02 23:40:52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