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자녀 특혜채용 의혹' 선관위 전·현직 27명 수사 요청(종합)

기사등록 2024/04/30 15:15:06

최종수정 2024/04/30 17:43:29

'아빠 찬스'에 채점표 조작·지자체장 압박, 계획적 증거 인멸

10년간 채용 규정위반 291회 1200여건 확인…특혜 9건 색출

유명무실 내부통제…감사원 "충격적, 선관위 내 불감증 만연"

선관위 "수사결과 따라 엄중 조치…채용과정 공정성 강화"



[서울=뉴시스] 변해정 임종명 기자 =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자녀 특혜채용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무더기로 확인됐다. 채용 과정상의 규정 위반 횟수까지 합하면 1200여 건에 이른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밝히지 못한 채용 비리 핵심인 가족 및 친인척 여부가 이번에 확인된 것인데, 선관위는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9건의 특혜채용 의심 사례를 확인하고 이에 적극 가담한 송봉섭 전 사무차장(차관급)을 비롯한 중앙 및 8개 시도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지난 29일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30일 밝혔다.

직급별로는 장관 1명, 차관 1명, 1급 1명, 3급 5명, 4급 11명, 5급 1명, 6급 7명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증거인멸,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이다.

박찬진 전 사무총장(장관급)을 비롯해 22명에 대해서는 수사 요청과는 별개로 특혜 제공 정황이 있었으나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13년 이후 실시된 선관위 경력경쟁채용(경채) 과정에서 발생한 규정 위반 건수는 총 1200여 건에 달한다. 중앙선관위 124회 400여 건, 지역선관위 167회 800여 건이다. 지역선관위의 경우 모든 회차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다. 

경채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지방공무원을 국가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전형이다.
 
이 가운데 감사원이 선관위 전·현직 자녀가 채용된 사례(21명)를 심층 점검해 특혜가 의심되는 9건 27명을 색출해냈다. 선관위가 권익위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들여다보지 못했던 소위 '아빠 찬스' 등 채용 비리 핵심인 가족 및 친인척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27명 중 4명은 부자(父子·부모와 자식) 관계, 1명은 옹서(翁壻·장인과 사위) 관계였다. 나머지는 채용 관련자들이다.

특혜채용 수법을 보면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다. 자녀가 소속된 지자체가 자녀의 전출에 동의하도록 선관위로 하여금 지자체장을 수차례 압박해 전출 동의를 받아낸 뒤 그 자녀를 채용한 경우도 있었다.

청탁을 받은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직원 자녀를 합격 처리했다. 직원 자녀만 비공개 채용, 친분이 있는 내부위원으로만 시험위원 구성, 면접 점수 조작·변조, 법령상 지자체장의 전출동의 요건 고의 무시 및 차별적 적용 등의 식이다.

특히 지역선관위의 경우 선거철 휴직자 발생으로 인한 결원 보충을 위해 실시된 경채를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공무원 입직 통로로 악용해왔다.

게다가 국회 등에는 허위 답변·자료 제출로 대응했고 자체 점검·감사를 말 맞추기·자료 파기 등 증거 인멸의 기회로 삼았다.

또 선관위 내 규정을 무시한 조직·인사관리가 횡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선관위 간부가 같은 진단서를 반복 사용하거나 허위 병가를 스스로 결제하는 수법으로 8년간 70여 차례 170일 이상 무단 결근하고 해외여행을 다녔다. 직원이 근무시간 중 로스쿨을 다닐 정도로 근태 관리는 엉망이었다.

외부통제 없이 스스로 조직·정원을 운영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법(선관위법)'에 따른 4·5급 직위에 3급을 배치하는 등 고위직인 3급 현원의 40% 이상을 과다 운용했다. 재외선거관 파견을 명목으로 3급 5명을 증원하고 실제로는 국내 승진자리로 활용해 재외선거관 파견(1년)전 2개월간 재택근무를 시켰다.

고위직 인사적체를 해소하려고 선관위법을 어겨가며 하위규칙으로 임기를 축소해 운영하고, '내·외부의 갈라먹기'라는 비판을 우려하면서도 '3급 이상을 대상으로 법정임기와 관계없이 공로연수 연령 도달 시 명예퇴직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미리 받은 후 상임위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선관위는 법령에서 하도록 정한 정원감사는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고, 인사감사도 그간 중앙선관위 인사부서가 실시하면서 사후조치도 되지 않아 위법·부당한 인사행태가 장기간 방치돼 관행화를 초래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개의 기관에서 중앙부터 지방 조직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채용 비리를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돼 있는 점이 충격적"이라면서 "국민 눈높이가 높은 헌법기관에서 상식에 맞지 않는 채용·조직·인사 운영을 한 것은 일종의 불감증이 (내부에) 만연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5월 특별감사결과 전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4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같은 해 9월 권익위 고발에 따라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사결과에 따라 필요한 사항은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채용 과정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7월 인사운영기준을 개정해 비다수인 경채 제도를 폐지하고 시험위원을 100% 외부위원으로 구성했다. 시험위원의 경우 응시자와 친인척 등 관계가 있을 때 회피토록 하는 절차도 도입했다.

또 외부통제 및 자정기능 강화를 위해 지난 1월 감사기구를 사무처에서 분리하고 개방형 감사관을 임용했다. 다수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인사감사 업무를 감사부서로 이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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