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여왕' 해인이 귀고리, 어디 꺼지?"…AI 입힌 TV, 더 이상 바보상자 아냐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최근 ENA 예능 '나는 솔로'에 빠진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하는 일이 '나는 솔로' 다시보기다. 이씨는 얼마 없는 여가에 영상을 모두 시청할 수 없는 만큼 '옥순'만 나오는 장면을 골라보기로 했다. 기존에는 시청자가 일일이 '10초 넘기기' 기능으로 하이라이트 장면을 찾았다면 이제는 인터넷TV(IPTV)가 자동으로 옥순이만 나오는 장면을 골라 제공해 준다.

옥순이만 나오는 장면을 골라보던 이씨는 옥순이 상철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상철 옷차림에 눈길이 갔다. 이씨는 IPTV 내 쇼핑 기능으로 상철이 입은 옷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제품 정보 QR코드가 뜨자 이씨는 스마트폰을 촬영한 뒤 소파에 앉은 그 자리에서 상철이 입은 옷을 구매했다.

TV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만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AI가 스스로 콘텐츠 속 등장인물들을 인식해 인물별 영상만 볼 수 있게 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외국인 대사를 AI가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기능도 나올 전망이다. AI가 시청자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걸 넘어 옷 구매, 여행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며 20·30대 TV 이용률이 줄어든 가운데 TV 속 AI가 이들을 다시 거실·안방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KT는 지난 29일 AI로 영상을 분석하고 콘텐츠를 생성하는 미디어 솔루션 '매직플랫폼'을 공개했다.

이 솔루션은 생성형 AI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영상(AI 오브제북 등)을 제작하거나 AI로 영상 속 인물을 분석해 인물별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한다. 하반기 중에 플랫폼 서비스로 선보일 'AI 골라보기' 기능은 특정 인물이나 노래, 춤추는 장면만 선택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트로트 예능 '미스트롯3' 방송 중 정슬, 곽지은, 김나율 등 출연진을 선택하면 주요 장면(노래 등)이 나오는 시간대가 화면 하단에 각각 섬네일(축소판 미리보기)로 노출돼 해당 장면을 골라 볼 수 있다.

KT는 미디어에 특화된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투자·제작·마케팅·관제 등 미디어 사업 전반의 AI 전환(AX)을 주도할 것이라면서 IPTV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 공개도 예고했다. 4분기 중 출시될 새 기기에 대한 구체적인 기능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KT 관계자는 "KT의 AI 미디어 기술이 총집약된 기기"라면서 영상 화질 자동 개선, 콘텐츠 번역·요약 기능 등을 언급했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다른 IPTV 경쟁사들도 최근 AI 서비스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2월 자사 IPTV(B tv)에 AI 쇼핑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B tv에서 VOD 시청 중 등장인물이 입은 옷과 액세서리 등 제품 정보에 뜬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쇼핑몰과 연결돼 제품을 살 수 있다.

AI가 고객 콘텐츠 시청 데이터 등을 분석해 취향에 맞는 제품을 콘텐츠·카테고리별로 알려주며 비슷한 제품까지 추천해 준다. 예컨대 등장인물이 입은 옷이 구매하기 어려운 고가 명품인 경우 이와 비슷한 스타일을 AI가 추천해 준다.

연내 SK텔레콤 AI 서비스 앱 '에이닷'을 활용한 IPTV 관련 채팅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예컨대 에이닷 앱 내 채팅에서 "30분 뒤에 집에 도착하는데 최신 영화 추천해 줘"라고 말하면 에이닷이 B tv 사용 여부를 물은 뒤 "'파묘' 어때요?"라고 답하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도 최근 자사 거대언어모델(LLM) '익시젠'을 기반으로 한 챗 에이전트를 출시해 모바일 서비스·장애 등에 적용한 가운데 향후 IPTV에도 활용할 에이전트도 낼 계획이다.

IPTV 3사가 AI 활용에 몰두하는 이유는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IPTV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송통신위원회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IPTV 가입률이 50%대로 정체기에 머물고 있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청년들이 이용하는 주요 매체로 자리잡으면서 이들 세대의 TV 이용률이 줄고 있다. TV를 주 5일 이상 이용한다는 50~70대 응답률이 80~90%대인 반면 20대 응답률은 29.8%다.

코드커팅(유료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OTT 등 새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IPTV가 모든 고객에게 획일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고객별 맞춤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OTT 성장세로 IPTV 주 수입원인 VOD, 광고, 홈쇼핑 등 매출이 줄고 있다"며 "AI를 통한 초개인화된 콘텐츠 제공이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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