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R&D 합산 투자액 총 3074억…17.7%↑
전세계적 탈탄소화,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으로 읽혀
저가 수주 내세운 중국과 기술 격차도 벌려야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연구개발(R&D)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저가 수주를 앞세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고 세계적인 탈탄소화 흐름에 맞춰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 선박 분야로 무게 중심을 옮기려는 행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 3사의 R&D 비용은 총 30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은 HD한국조선해양으로 지난해 1624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이는 전년보다 29.7% 늘어난 수치다.
전체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0.6%에서 2022년 0.7%, 2023년 0.8%로 늘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 R&D 비용은 688억원으로 전년보다 11.7% 증가했다. R&D 비중 역시 2022년 1.0% 2023년 0.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은 전년 대비 2.3% 늘어난 762억원을 R&D에 투입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98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 전환에 실패했지만 3년 연속 700억원대 R&D 투자를 유치했다.
조선 3사의 R&D 투자는 주로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돼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신재생에너지를 접목한 고부가가치 선박 및 해양 설비 중심으로 연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독일 HD유럽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1500만유로(약 221억원)를 투자해 차세대 선박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거제·판교·대덕에 R&D 센터에서 액화수소 추진선박, 연료공급 시스템 등의 친환경 에너지 연구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화오션도 서울과 거제·시흥에 중앙연구원과 특수선 사업부를 두고 친환경 및 스마트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조선업계가 R&D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친환경 기술이 수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글로벌 환경 규제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친환경 선박을 찾는 선주들이 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거나 관련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려는 업계 흐름도 무관하지 않다.
저가 수주를 무기로 내세운 중국 영향도 크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 4168만CGT(표준선 환산톤수) 중 2493만CGT를 수주하며 6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상업용 선박 생산량 부문에선 51%를 달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한국이 압도적 경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친환경 선박의 50%를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선사들은 탈탄소 시대에 대비한 친환경 선박 개발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조선 특히 친환경 선박 부문에서 중국의 추적을 받고 있다"며 "중국발 가격 경쟁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미래에 대비해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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