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 총선 후 양곡관리법·민주유공자법 등 단독 의결
5월 본회의 개최 두고 협상 난망…'채상병 특검법' 등 쟁점
여 "국민이 입법 폭주권 줬나…숙제하듯 날치기 처리 안 돼"
야 "총선 민의 따라 의사일정 협조해야"…대여 압박 수위↑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임기를 한 달여 남긴 21대 국회가 협치보다는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선거에서 압승한 거대 야당이 총선 민심에 힘 입어 상임위에서 쟁점 법안들을 잇따라 단독 처리한 데 이어 5월2일에는 본회의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 처리까지 예고한 가운데, 여당은 시급한 민생 법안이 아니면 합의할 의사가 없다며 '본회의 보이콧'을 암시하고 있다. '소수 여당 대 거대 야당' 구도가 22대에도 이어지면서 21대에 이어 국회가 정쟁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5월을 일주일 앞둔 24일까지도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30여분 간 회동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는 29일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23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양곡관리법, 민주유공자법, 가맹사업자법 등을 여당 불참 속에 단독 처리했다. 22대 국회에서도 175석으로 압도적인 원내 1당 자리를 지킨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직후 '입법 드라이브'에 속도를 붙이면서 양당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이번 총선이 민주당에게 '입법 폭주권'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만이자 오판"이라며 "임기 만료를 앞두고 밀린 숙제하듯 법안을 날치기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5월2일과 28일 본회의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 '전세사기피해특별법'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표결 등을 추진하겠다며 여당을 더욱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을 향해 "마무리 국회를 열지 않는 것은 명백한 책임 방기로, 내가 국회의원 3번 하는 동안 마무리하는 국회는 반드시 열렸다"며 "국민의힘은 총선 민의에 따라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특검법 통과를 해서 반드시 진상규명을 시작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이번 총선서 나타난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범야권이 2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한 데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장 후보들이 "기계적 중립은 없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면서 22대 국회가 21대보다 더한 정쟁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배준영 국민의힘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전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민주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의 발언이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지 않나"라며 "4년 전 민주당이 이와 같은 생각으로 폭주했던 결과가 어땠나. 민심의 변화는 오만으로 가득찬 배를 뒤집기도 한다.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말자"고 요청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총선 민의는 22대 당선인에 담긴 만큼 쟁점 법안은 22대 국회에서 집단적 총의를 모아 처리하는 게 순리일 것"이라며 "21대 국회가 정쟁이 아닌 민생 법안과 협치가 우선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민주당의 협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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