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학병원과 환자들 "어디서 나온 수치냐" 의문
과학적 통계 근거없고 의료진 목소리 반영도 물음표
"교수 사직서 철회와 이탈 전공의 복귀 움직임 없어"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유연한 자세는 좋은데요. 이 조정안이 학생들이나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거점국립대 총장들의 의대 정원 조정 건의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19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은 차분한 분위기 속 진료가 이어지고 있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특별 브리핑을 열고 "대학별 증원분의 50~100% 범위 내에서 의대 신입생 자율모집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에서 한 보 물러서 대학 실정에 맞춰 증원분을 결정하라는 말로 풀이된다. 일부 거점국립대 총장들의 의대 정원 조정 건의안을 수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환자들과 지역 대학병원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이었다. '어떤 근거에 의해 산출된 수치냐'는 의문도 있었다.
진료를 기다리던 환자들은 의대증원 관련 브리핑 뉴스 소식이 전해지자 하던 일을 멈추고 로비에 있는 TV화면을 바라봤다.
브리핑 화면이 나오자 병동을 향하던 의료진들도 잠시 뉴스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환자들은 '증원된 인원의 50~100%범위 내에서'라는 뉴스 문구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딸과 병원을 찾은 어머니는 "결국 늘린다는 건데, 저건 어디서 나온 수치냐"고 되물었다.
내과를 찾은 김모(62)씨는 "환자들은 '그래서 진료가 정상화할 수 있는 것인가'가 중요한데 이날 발표안이 학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정부가 현장 의견을 두루 청취해 원만한 결론을 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의대 측은 정부의 유연한 자세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번 발표안이 쉽게 의료진과 학생들의 마음을 쉽게 돌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산정한 증원 인원이 과학적 통계에 근거한 수치가 아닌데다 의료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남대학교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2000명 증원 방침보다는 유연한 자세로 보인다"면서도 "전체 의대도 아닌 일부 대학 총장의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에 재조정한 수치가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하거나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발표에 따라 현재까지 교수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철회한다거나 이탈한 전공의들이 돌아온다는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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