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시의회 사무처 감사에 의원들 불만
임시회 기간 동안 감사 중단 합의…불씨 남아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개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의회 제323회 임시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서울시가 시의회 사무처를 상대로 예산 집행 실태 감사에 나선 가운데, 시의원들은 이를 입법권 침해로 여기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민선 8기 조직 개편에 시의회가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18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323회 임시회는 오는 19일 막을 연다. 시의원들은 1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각 상임위별 일정과 본회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시의원들이 서울시를 향한 불편한 심경을 잇달아 토로하고 있다. 임시회 기간 동안 서울시가 시의회 사무처를 상대로 감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시의회 사무처를 상대로 감사를 벌이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15일부터 서울시의회 사무처를 대상으로 최근 2년간 예산 집행 실태와 복무 관리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회 사무처 운영 전반에 관한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사무처는 시의회 운영을 위한 사무를 처리하는 조직이다. 개방형 직위를 제외하면 직원 대부분은 서울시 공무원들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시의회 사무처 직원 인사권은 서울시의회 의장이 보유하고 있지만 사무처를 감사하고 조사할 권한은 여전히 서울시에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감사로 일부 시의원들의 업무 추진비 편법 집행 관행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시의원들이 사무처를 동원해 각종 비용을 편법으로 처리한 사례가 감사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의회 상임위원장단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상임위원장은 감사 때 자료 제출 거부로 대응하자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임시회 개막을 앞두고 잇달아 회동을 가진 상임위원장단은 결국 서울시에 공식 항의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시의회는 이번 임시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에는 사무처 감사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다만 앙금은 남은 상태다. 서울시의회 안팎에서는 이번 임시회 기간에 다뤄질 오세훈 시장의 민선 8기 후반기 조직 개편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오 시장과 같은 당인 국민의힘이 압도적인 다수당이라 임시회에서 조직 개편 등 서울시의 중점 추진 사안이 비교적 손쉽게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감사 건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과 서울시가 추진 중인 민선 8기 후반기 조직 개편에는 용산입체도시담당관과 세운활성화사업팀, 철도지하화팀, 글로벌도시정책관, 저출생담당관, 외국인이민담당관, 다문화담당관, 돌봄·고독정책관 등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조직개편안 통과는 남은 임기 동안 오 시장이 시정을 펴는 데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자 전제조건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개정조례안이 서울시의회로 넘어가 있지만 이번에 불거진 갈등으로 인해 시의원들이 임시회 심의 과정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임시회 기간 내 감사 중단으로 휴전이 이뤄진 셈이지만 감사 자체를 취소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서울시와 시의회 간 심상치 않은 기류는 오는 22일로 예정된 서울시정 및 교육행정에 관한 질문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을 상대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어떤 질문들을 던질 지가 관건이다.
전례 없는 시의회 사무처 감사로 촉발된 갈등 속에 서울시의 시의회가 원만하게 타협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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