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요양병원에서 다툼 도중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었다가, 뒷걸음 친 다른 입원 환자를 숨지게 한 70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17일 301호 법정에서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7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27일 광주 동구 한 요양병원에서 또 다른 입원 환자 80대 B씨와 다투다 넘어지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와 화장실 이용 문제로 다투다 언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고개를 내밀며 '때릴 테면 때려 봐라'라고 하며 다가갔다. 이에 B씨는 둘 사이에서 만류하는 요양보호사를 잡은 채 뒷걸음질치다 함께 넘어졌다.
이후 머리가 크게 다친 B씨는 뇌출혈 진단을 받고 치료 도중 숨졌다.
검사는 A씨가 다툼 도중 B씨에게 일종의 유형력(물리적 힘)을 행사해 넘어뜨리게 한 만큼, 폭행치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다툼 도중 B씨에게 고개를 들이민 행동은 폭행죄의 성립 요건인 유형력 행사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모두 폭행이 되지는 않는다"면서 "A씨는 B씨 쪽으로 머리를 향한 것에 불과하다. 머리를 내민 행동의 의도와 간격, 머리를 내밀었을 때의 힘과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위협이라 하더라도 B씨가 스스로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숨질 것으로 예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폭행치사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 보인다"며 무죄 선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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