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인도주의 미래학자…25호 영입인재로 전략공천
"미래의제 총괄하는 정부 조직 설치하고 상임위 신설해야"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이번 총선에서 경기 오산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인도주의 활동가, 미래학자로 불린다.
민주당 영입인재 '25호'인 차 당선인은 의사 출신이지만 평범한 의사의 삶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동아대 의대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대에서 난민학 석사,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보건학 박사 학위를 땄다.
처음 진료한 환자였던 탈북자를 만나면서 운명이 바뀌게 된다.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공중보건의로 재직한 그는 탈북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이 불안정한 사회와 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아 인도주의학과 난민학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국경없는의사회, 세계보건기구(WHO), 휴먼라이츠워치 등 다양한 단체에서 일하며 국제적 위기상황과 재난·재해에 취약한 이들에 대한 구제, 지원방안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이어왔다.
22일 차 당선인에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묻자 "미래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하나원 곻중보건의로 탈북민을 돌봤고,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위험 지역을 돌아다니며 난민들을 구했다. 어느 순간 한 명, 두 명의 목숨을 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경없는의사회 동료는 우리의 활동을 '과거의 정치적 실패가 만든 현재의 죽음의 구멍을 그저 메우는 일'이라고까지 했다. 결국 정치를 고쳐야 미래를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차 당선인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펜데믹 국제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 영입인재까지 이 대표에게 두 번의 부름을 받은 셈이다. 고민을 거듭한 그가 결단을 내린 계기는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이었다.
그는 "이 대표께서 두 번이나 찾아주셨는데 전문가의 영역에서 조언을 하는 것과 실제 정치 현장에 뛰어드는 건 다른 문제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며 "총선 영입인재 제안을 받고 고민하던 중 이 대표께서 피습을 당했다. 복귀 일성으로 '살리는 정치'를 말씀하셨는데 그게 저를 움직였다. 살리는 일에 매진해온 차지호의 궤적과 이 대표의 '살리는 정치'가 가려 하는 본질적인 목적지는 같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스스로는 미래학자라고 평가한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로 과학기술 기반의 미래위기 대응을 연구 중이다. 민주당 혁신위원과 AI(인공지능)미래전략틀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미래 비전 제시에 힘써왔다.
차 당선인은 "기후위기·경제위기·인구위기·펜데믹 등의 거대한 위기들이 동시에 몰아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치적 합의를 2030년까지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 위기에 무너지고 말 것"이라며 "현재 우리 정치는 지나치게 현재에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래의제가 완전히 실종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카이스트 졸업생 사지연행 사건"이라며 "단순히 예산 삭감에 항의한 개인을 입틀막 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미래를 입틀막 했다고 느꼈다. 이를 우선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에서는 저출생, 지방소멸, 기후변화 등 미래의제를 전담하는 정부 부처와 국회 상임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예산 편성·체계와 조세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입법도 준비할 계획이다.
차 당선인은 "각각 흩어져 있는 미래위기 의제들을 총괄하는 가칭 미래부를 신설하고 국회에서도 상설 상임위나 특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학자로 긴 호흡의 관점에서 문제를 조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존 정치권과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우선 여야를 초월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그 역할에 제 쓰임이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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