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응급실 뺑뺑이 사망' 논란…의료진 "그만둬야 하나"

기사등록 2024/04/12 14:38:25

최종수정 2024/04/13 14:36:02

"환자진단·수술지연 따른 사망사례 아냐"

"사망률 높은 수술…이젠 그만둬야 하나"

[서울=뉴시스]부산에서 50대 응급 환자가 응급 수술 병원을 찾지 못해 울산까지 이송됐다가 결국 숨졌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의료계에서 "응급실 뺑뺑이나 전공의 사직으로 진단이 늦어지거나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래픽= 뉴시스DB) 2024.04.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부산에서 50대 응급 환자가 응급 수술 병원을 찾지 못해 울산까지 이송됐다가 결국 숨졌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의료계에서 "응급실 뺑뺑이나 전공의 사직으로 진단이 늦어지거나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래픽= 뉴시스DB) 2024.04.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부산에서 50대 응급 환자가 응급 수술 병원을 찾지 못해 울산까지 이송됐다가 결국 숨졌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의료계에서 "응급실 뺑뺑이나 전공의 사직으로 진단이 늦어지거나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12일 부산시와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6시13분 부산 동구 수정동에서 50대 남성 A씨가 호흡 곤란 증세 등을 보인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A씨는 오전 6시59분 119 구급대에 의해 부산 수영구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고, 응급 수술이 필요한 '급성 대동맥 박리' 진단을 받았다.

병원은 응급 수술이 불가능해 부산의 여러 병원에 연락했지만, 전원이 가능한 곳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이 병원에서 50㎞ 이상 떨어진 울산의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 1일 오후 8시30분 숨졌다. A씨의 유족은 대학병원 응급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A씨가 숨졌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전공의 사직 사태나 응급실 뺑뺑이로 A씨가 사망한 것이 아니라며 현장의 의료진들의 사기를 꺾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학회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유가족의 안타까운 마음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다만 전공의 사직 사태와 관련해 지연이 발생한 것이 아니며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대동맥 박리 진단이 늦어지거나 또는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119구급대 출동, 이송 시간까지 고려하면 119신고 후 병원 도착까지 46분이 걸린 것을 두고 환자 안전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심각한 지연이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여러 병원에 환자 수용 여부 확인을 위해 사전 연락을 하고, 연락받은 병원에서 진료 능력과 사정을 고려해 수용 여부를 판단, 확인해 주는 것 역시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동맥 박리증 진단을 위해 통상 혈액 검사와 심전도, 단순 엑스레이 검사, 흉부 CT검사까지 진행하려면 최소 1시간 이상~2시간이 걸린다"면서 "만약 응급실 과밀화로 환자가 많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학회는 또 흉부외과는 전공의에 의존해 진료와 수술하지 않은 지 이미 꽤 되기 때문에 전공의 사직 사태와도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학회는 "대동맥 박리 수술을 응급으로 진행할 수 있는 대학병원 또는 종합병원은 많지 않다"면서 "대동맥 박리 수술을 특화해서 시행하는 병원이 수도권에 있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흉부외과는 전공의가 이미 20여년째 지원이 적어 전국적으로도 숫자도 많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학회는 A씨의 사망 원인으로는 대동맥 박리증 수술 지연이 아닌 다발성 장기부전을 꼽았다.

학회는 "대동맥 박리증 진단을 받고 정상적으로 전원해 전원받은 병원에서 적시에 응급 수술을 시행했기 때문에 수술이 늦어졌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면서 "수술하고 의식도 회복했지만 수술 후 6일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중 안타깝게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실제 A씨에게 대동맥 박리 수술을 시행한 B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는 페이스북에 "대동맥 박리증은 최소 5시간 이상의 수술 시간이 필요하며 최대한 빨리 수술하는 것이 원칙으로, 병원에서 수술 시작까지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골든타임 내 수술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망률이 높은 수술을 계속하면 이런 일은 계속 발생할텐데, 응급·중환자 치료를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 "인생에서 하트 수술을 그만할 때가 된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만하고 싶다고 그만할 수는 있는 거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학회는 "지역에서 응급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119구급대원들과 최선을 다한 의료진들의 사기를 꺾고, 더욱 소극적으로 움츠러들게 만드는 보도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면서 "최소한의 의학적 사실 확인을 통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응급의료체계를 불신하게 만드는 보도는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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