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21대 총선 이어 민주당 독점 구도
현역 교체율 광주 88%·전남 50% 달해
'견제·균형·다양성' 없는 호남정치 한계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정권심판론' 태풍이 제22대 총선을 휩쓸면서 광주·전남은 이변 없이 더불어민주당이 18석 전석을 석권했다.
지역 유권자의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전략적 교차투표도 현실로 나타났다.
제21대 총선에 이어 22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일당독점 구도가 반복돼 견제와 균형 등 다양성을 상실한 호남 정치가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현역 국회의원 교체율도 광주 88%(8명 중 7명), 전남 50%(10명 중 5명)에 달해 정치 신인들이 중앙 정치무대에서 얼마만큼 정치력을 보여줄지 관심이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2대 총선 개표 결과 민주당이 광주 8석, 전남 10석을 모두 차지했다.(오후 10시20분 개표 기준)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5대 총선 이후 24년 만에 전석을 석권한 데 이어 또 다시 민주당이 '정권심판론'에 힘 입어 18석에 모두 깃발을 꽂았다.
국민의힘이 16년 만에 광주·전남 선거구 18곳 모두 후보를 공천하며 의욕적으로 나섰으나, 정권심판론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민주당에 대항할만한 이렇다할 경쟁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광주·전남 지역구 본 선거는 맥빠진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다만 조국혁신당 창당 후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바람이 불면서 선거 분위기를 다소 끌어올렸다.
5선 의원에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기울어진 표심을 뒤집기에는 역부이었다.
옥중 창당, 옥중 출마로 광주 서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송영길 소나무당 후보, 녹색정의당, 진보당 등 군소정당도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광주·전남 정치 지형은 민주당 독식에다, 5선 1명, 4선 1명, 3선 2명, 재선 3명, 초선 11명으로 재편됐다.
운동권 출신 풀뿌리 토종 정치인이 물러나고 행정관료, 검사, 민주당 중앙당 당직자 등이 빈자리를 채웠다.
광주는 광산을 민형배 당선인을 제외한 7명이 초선이다.
광주 동남갑은 이재명 대표 정무특보인 정진욱 후보가, 동남을은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안도걸 후보가 국회에 입성했다.
서구갑은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을 지낸 조인철 후보가 본선에서 민주당 대표를 지낸 송영길 소나무당 후보를 따돌리고 첫 뱃지를 달았다.
서구을은 검사 출신 양부남 후보가 강은미 녹색정의당 현역 의원의 추격을 뿌리치고 승전보를 울렸다.
북구갑과 북구을은 조오섭·이형석 의원과의 경선 리턴매치에서 각각 설욕한 정준호 후보와 전진숙 후보가 당선됐다.
광산갑은 고검장 출신 박균택 후보가 총선 첫 도전만에 성공했다.
거물급 정치인 출마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광산을은 민주당 민형배 후보가 이낙연 새로운미래 후보의 '큰 인물론'을 잠재우며 재선에 성공했다.
전남도 민주당이 10석 모두 깃발을 꽂은 가운데 4명이 초선이다.
'전남 정치 1번지' 목포는 김원이 후보가, 여수갑은 주철현 후보가 각각 재선에 성공했다.
여수을은 민주당 '친명'계로 중앙당 부대변인을 지낸 조계원 후보가,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논란 끝에 민주당 공천을 받은 당 대표 특보 출신 김문수 후보가 여의도에 첫 입성했다.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은 중앙당 당직자 출신 권향엽 후보가 46년 만에 전남지역 여성 국회의원 시대를 열었다.
나주·화순은 신정훈 후보가 3선 고지에 올랐고, 해남·완도·진도는 정치 9단 박지원 후보가 고향에서 5선을 달성했다.
영암·무안·신안은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낸 서삼석 후보가 3선에 성공했다. 담양·함평·영광·장성은 이개호 후보가 민주당 단수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석형 후보를 물리치고 4선으로 선수를 늘렸다.
고흥·보성·장흥·강진은 전남도 행정부지사 퇴임 후 정치권에 입문한 문금주 후보가 정치 신인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이번에도 되풀이 되면서 정치 문화가 정체 또는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들이 민주당 경선에만 집중하다보니 정책공약이 기존 자치단체 현안과 중첩되는 등 빈약하고, 선거 열기도 '냄비'처럼 반짝 올랐다가 급하게 식어 유권자의 정치 무관심을 유발했다.
'민주당이 사실상 주인인 유권자 역할까지 했다'는 자조 섞인 말이 반복되는 것도 호남정치의 씁쓸한 현 주소다.
이 때문에 민주당 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이 선거방송토론에 불참하거나 선거운동도 형식적으로 하는 등 오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설 자리를 얻지 못하면서 민주당 외 선택지가 없는 유권자들은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도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조국혁신당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민주당 일색의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의 정치 구조가 지역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민심과 괴리된 정책으로 독주하거나, 나태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견제할 수 있는 마땅한 정치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정권심판론이 워낙 강한 데다 별다른 대항마가 없어 민주당 쪽으로 일찍부터 민심이 기울었다"며 "민주당 독점에 따른 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주당 의원들이 경각심을 갖는 한편 시민사회도 감시 역할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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