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내 출혈 가능성 전달받지 못해"
"심정지 1시간 이상…불가역적 손상"
"사실 근거없는 보도 이젠 멈춰달라"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최근 충주에서 전신주에 깔린 70대 사망 사례,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33개월 여아가 숨진 사례 등이 이송을 요청받은 병원의 이송 거부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로 잇따라 잘못 알려지면서 의료현장 최전선을 지키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허탈함과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충주에서 전신주에 깔린 70대 A씨가 병원 이송이 거부돼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당시 환자 이송을 요청받은 병원들은 119구급대로부터 환자의 복강 내 출혈 가능성을 전달받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지난달 22일 오후 5시11분께 충주시 수안보면에서 A씨가 전신주에 깔려 발목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받아야 했으나 건국대 충주 병원과 충주 의료원이 각각 마취과 의사가 없고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구급대의 이송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오후 6시 20분께 충주시 모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복강 내 출혈이 발견됐고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의료 현장에서는 병원 전 단계인 환자 이송 단계부터 병원의 의료진에게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인술 대전응급의료지원센터장은 "(119 구급대가 의료진에게) 환자가 다친 부위를 발목만 얘기했다는 게 문제"라면서 "현장에 간 구급대원이 전신주에 온몸이 깔렸다고 얘기하는 것과 발목만 깔려 다쳤다고 얘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신주가 발목과 함께 몸통을 덮쳤다고 하면 의료진은 가슴에 피가 찼다던지 복부에 피가 찼다던지 하는 이런 생명에 위협을 주는 장기 손상을 먼저 의심한다"면서 "이런 정보가 없다면 이송을 요청 받은 병원은 일반 정형외과에 가서 치료 받아도 된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시간 안에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이송하는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신주가 넘어가면서 전신을 덮쳐 복강 내 출혈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복부 CT 검사 없이 육안으로 봐선 알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의 A 응급의학과 교수는 "구급대는 손상 기전, 즉 사고 상황에 따라 처음부터 권역외상센터 등으로 이송을 시도했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증 외상 환자는 처음부터 아주대병원으로 이송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오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사고 당시 출동한 119구급대가 A씨의 복강 내 출혈을 인식하지 못했고, 이송 요청을 받은 병원들도 복강 내 출혈 가능성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구급대가 복강 내 출혈 부분까지는 의심을 하지 못했고 발목 골절 치료를 위한 병원을 선정 중이었다”면서 “수용 의뢰된 병원에 복강 내 출혈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33개월 여아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알아보는 도중 숨진 사례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이송 거부가 아닌 여아의 심정지 상태가 1시간 이상 지속된 데 따른 불가역적 손상이 원인이었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달 31일 오후 4시30분 충북에서 생후 33개월 된 A양이 주택 인근에 있는 가로·세로·깊이 1.5m 크기의 물웅덩이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A양은 오후 4시49분 병원에 도착했고 1시간18분간 전문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119구급대의 병원 전 심폐소생술을 포함하면 심폐소생술 시행에 1시간27분이 소요됐다.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약물 투여 등 응급치료를 받은 A양은 오후 5시33분께 맥박이 잠시 돌아왔고 병원은 A양이 ‘자발적순환회복’에 이른 것으로 판단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려 했다. 하지만 오후 7시께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A양은 10여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3개월 꽃같이 예쁜 소아의 사망에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환아가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환아를 무리하게 상급종합병원 전원을 위해 이송했더라도 이송 도중 심정지가 발생해 수용 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도착했을 것"이라면서 "전원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하게 진행돼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는 전원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원을 갈 수 있는 환자 상태, 즉 이송을 견딜 수 있는 환자 상태에서 전원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송 위험의 부담을 안고서라도 전원을 시도할 수 있는 사례도 있다. 긴급 수술이나 시술이 꼭 필요하고 이를 통해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경우다. 그러나 익수 심정지 환자의 경우 긴급한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하지 않다.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의사는 신이 아니므로 어쩔 수 없는 죽음이 있다"면서 "(환아는) 최소 1시간 이상 심정지 상황이었고, 아무리 효율적인 가슴 압박과 기계 환기를 했다 하더라도 두뇌의 불가역적인 손상은 의학적 판단 하에 100%였고,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신만이 아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험상 다시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할 가능성은 90%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시간30분 만에 심정지 상황을 타개하고 한시간 반동안 죽음의 구덩이에서 아이를 끌어 올리려 안간힘을 썼을 응급실 의사에게 극찬을 해도 모자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지역에서 중증응급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의료 현장을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선생님들에 대한 의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보도는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지역·필수의료를 파탄내고 지역 응급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이제 멈추어달라"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충주에서 전신주에 깔린 70대 A씨가 병원 이송이 거부돼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당시 환자 이송을 요청받은 병원들은 119구급대로부터 환자의 복강 내 출혈 가능성을 전달받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지난달 22일 오후 5시11분께 충주시 수안보면에서 A씨가 전신주에 깔려 발목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받아야 했으나 건국대 충주 병원과 충주 의료원이 각각 마취과 의사가 없고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구급대의 이송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오후 6시 20분께 충주시 모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복강 내 출혈이 발견됐고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의료 현장에서는 병원 전 단계인 환자 이송 단계부터 병원의 의료진에게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인술 대전응급의료지원센터장은 "(119 구급대가 의료진에게) 환자가 다친 부위를 발목만 얘기했다는 게 문제"라면서 "현장에 간 구급대원이 전신주에 온몸이 깔렸다고 얘기하는 것과 발목만 깔려 다쳤다고 얘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신주가 발목과 함께 몸통을 덮쳤다고 하면 의료진은 가슴에 피가 찼다던지 복부에 피가 찼다던지 하는 이런 생명에 위협을 주는 장기 손상을 먼저 의심한다"면서 "이런 정보가 없다면 이송을 요청 받은 병원은 일반 정형외과에 가서 치료 받아도 된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시간 안에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이송하는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신주가 넘어가면서 전신을 덮쳐 복강 내 출혈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복부 CT 검사 없이 육안으로 봐선 알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의 A 응급의학과 교수는 "구급대는 손상 기전, 즉 사고 상황에 따라 처음부터 권역외상센터 등으로 이송을 시도했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증 외상 환자는 처음부터 아주대병원으로 이송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오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사고 당시 출동한 119구급대가 A씨의 복강 내 출혈을 인식하지 못했고, 이송 요청을 받은 병원들도 복강 내 출혈 가능성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구급대가 복강 내 출혈 부분까지는 의심을 하지 못했고 발목 골절 치료를 위한 병원을 선정 중이었다”면서 “수용 의뢰된 병원에 복강 내 출혈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33개월 여아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알아보는 도중 숨진 사례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이송 거부가 아닌 여아의 심정지 상태가 1시간 이상 지속된 데 따른 불가역적 손상이 원인이었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달 31일 오후 4시30분 충북에서 생후 33개월 된 A양이 주택 인근에 있는 가로·세로·깊이 1.5m 크기의 물웅덩이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A양은 오후 4시49분 병원에 도착했고 1시간18분간 전문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119구급대의 병원 전 심폐소생술을 포함하면 심폐소생술 시행에 1시간27분이 소요됐다.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약물 투여 등 응급치료를 받은 A양은 오후 5시33분께 맥박이 잠시 돌아왔고 병원은 A양이 ‘자발적순환회복’에 이른 것으로 판단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려 했다. 하지만 오후 7시께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A양은 10여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3개월 꽃같이 예쁜 소아의 사망에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환아가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환아를 무리하게 상급종합병원 전원을 위해 이송했더라도 이송 도중 심정지가 발생해 수용 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도착했을 것"이라면서 "전원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하게 진행돼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는 전원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원을 갈 수 있는 환자 상태, 즉 이송을 견딜 수 있는 환자 상태에서 전원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송 위험의 부담을 안고서라도 전원을 시도할 수 있는 사례도 있다. 긴급 수술이나 시술이 꼭 필요하고 이를 통해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경우다. 그러나 익수 심정지 환자의 경우 긴급한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하지 않다.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의사는 신이 아니므로 어쩔 수 없는 죽음이 있다"면서 "(환아는) 최소 1시간 이상 심정지 상황이었고, 아무리 효율적인 가슴 압박과 기계 환기를 했다 하더라도 두뇌의 불가역적인 손상은 의학적 판단 하에 100%였고,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신만이 아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험상 다시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할 가능성은 90%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시간30분 만에 심정지 상황을 타개하고 한시간 반동안 죽음의 구덩이에서 아이를 끌어 올리려 안간힘을 썼을 응급실 의사에게 극찬을 해도 모자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지역에서 중증응급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의료 현장을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선생님들에 대한 의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보도는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지역·필수의료를 파탄내고 지역 응급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이제 멈추어달라"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