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윤 대통령·박단 전공의 대표 면담
대화 별무소득…의·정 갈등 장기화 기류
"총선 앞둔 보여주기식 이벤트" 냉소도
[서울=뉴시스]박선정 문채현 수습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대화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끝난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풀리기를 기대해온 환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선 결국 총선을 앞둔 보여주기 만남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집단사직 45일 만인 지난 4일 만나 140분간 면담했다. 전공의가 정부의 대화에 응한 건 지난 2월19일 단체 사직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었다.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이날 회동에서 양측은 의과대학(의대) 증원을 둘러싼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이후에도 사태 해결에 대한 진전이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빈손으로 끝난 대화에 지난 7일 뉴시스가 만난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의 환자들은 낙담하면서 의료 대란 사태 장기화를 걱정했다.
암환자인 아버지의 수술 전 검사차 병원에 왔다는 40대 남성 김모씨는 "서로 양보하는 것 없인 상황이 개선될 수 없다"며 "위급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일을 벌였어야 한다. 사태가 매우 오래 지속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백혈병을 앓는 11세 딸을 둔 40대 조모씨는 "대통령이 얘기하면 좀 바뀌지 않을까 했다"며 "일반 대학병원에서 이제는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해서 여기 왔는데 문제가 생기면 갈 곳이 없다. 아프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두 달 가까이 정부와 의료계가 극한 대치를 하다가 갑자기 대화에 나선 것을 두고 냉소적인 시각도 보였다.
편도암으로 신촌세브란스에 입원 중인 배홍식(71)씨는 "대통령과 전공의들이 만났을 때 대화가 잘 이뤄져서 병원들이 원만하게 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며 "윤 대통령 재임 기간이 2년이 다 됐는데 선거 몇 개월 전에야 의료 개혁을 외치는 것은 다 선거용"이라고 비판했다.
심장 수술을 받고 6개월에 한 번씩 서울대병원을 찾는다는 70대 남성 김모씨는 "선거 직전에, 그것도 사전투표 전날에 (대화)한다고 하니 정치적인 쇼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태에 진전이 있거나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은 전혀 없었다"고 힐난했다.
네 살 딸이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어 한 달째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김요한(37)씨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과 만난 전공의 대표의 대표성도 의문이었고, 더욱이 대통령은 증원 규모에 대해 양보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며 "총선을 겨냥해서 이슈를 띄운 목적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아이가 피어스 증후군을 앓는 중증 환자다. 병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며 "합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파업이 장기화될 것 같아서 엄청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 규모를 줄이는 쪽으로 정부가 양보해 사태를 일단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장 시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이모(52)씨는 "파업이 계속 길어지니 불편하다. 이번 시술을 예약하면서도 병원 관계자가 취소될 수 있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며 "정부가 양보해서 의대생 모집 규모를 축소하는 안을 내놓지 않으면 타협점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암 투병 중인 남편을 간호하는 김명애(86)씨도 "담관암으로 수술받은 남편이 복수가 차서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다. 환자들을 죽으라는 얘기냐"라며 "더 이상 사태가 길어지면 안된다. 대통령이 양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공의들과 대화의 장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5일 전날 있었던 회동에 대해 "첫 만남이었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나"라며 "진정성을 갖고 대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장관도 지속적으로 전공의와 대화를 원하셨고 구체적으로 만난 적도 있고 그 이후에도 대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계기가 된다면 장관도 얼마든지 전공의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고 했다.
단 증원 규모 2000명 조정 가능성에는 "아직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한 변경 사유가 있기 전까지는 기존 방침은 유효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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