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기피 심화]①
전세사기 여파 계속…빌라, 전세 기피 뚜렷
임차인, 100만원 이상 고가 월세로 내몰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전국적으로 발생한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연립·다세대 주택)가 외면받고 있다. 빌라에 대한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신규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비아파트 세입자 10명 중 7명이 월세 계약을 맺은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누계) 전국 비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70.7%로 집계됐다. 이는 임대차 신고제 자료와 확정일자 신고 자료를 합산한 수치다.
전국의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54.6%였으나 지난해 66%, 올해는 70%대로 급증했다. 2년 새 16.1%p(포인트)나 상승했다. 특히 지방의 월세화가 더욱 가파르다. 비아파트 월세 비중이 올해 1∼2월 77.5%로, 수도권(67.8%)보다 10%p 가까이 높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69.7%다.
또 월세 100만원 이상의 고가 빌라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서울 내 신축 연립·다세대 주택의 평균 월세가 100만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에 따르면 서울의 준공 5년 이하,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연립·다세대 주택(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월세가 101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지난 2월 수도권에서 거래된 연립·다세대 평균 월세를 분석한 결과다.
이는 지난해 동월과 비교했을 때 9% 오른 수치다. 최근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전세에 대한 수요가 줄며 월세 수요가 늘었다. 실제로 지난 1월 전국 빌라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이 56.2%로,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서울의 월세는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 비해 최대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지역의 신축 원룸의 평균 월세는 63만3000원, 인천 지역의 평균 월세는 53만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신축 평균 월세는 인천보다 1.89배 높다.
서울 원룸의 평균 월세를 연식별로 보면 5년 초과 10년 이하 77만6000원, 10년 초과 20년 이하 66만1000원, 20년 초과 30년 이하 79만5000원, 30년 초과 71만6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빌라의 전세 기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전세 사기 사건으로 임차인 입장에서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월세를 택하면서 월세 거래가 늘었다"며 "전세 사기 우려가 여전하고, 전세제도에 대해 불신이 커지면서 빌라의 전세 기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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