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복합 리조트 사업'에 베팅할 수 있을까[초점]

기사등록 2024/04/04 09:17:03

수년 전 사업 무산 이후 최근 논의 재점화

전문가들, 경제 효과 인정하면서도 우려 드러내

[뉴시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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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베팅(betting)'. 결과가 불확실한 일에 돈을 거는 행위를 뜻하는 이 단어는 카지노에서 쉴 틈 없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두 글자다. 어쩌면 베팅은 미래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투자성 행위'이기도 하다. 위험성을 떠안으면서도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인구 유출, 경제 침체, 동력 상실 등으로 인해 한숨이 깊어지는 부산은 과연 지역 미래를 담보로 하는 '복합 리조트 사업'에 베팅할 수 있을까.
 
부산에 복합 리조트 건립을 추진하자는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오갔다. 지역의 관광·마이스 산업을 확실히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 부산상공회의소(부산상의)는 글로벌 카지노 업체와 함께 이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과 함께 부산형 복합 리조트 건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관련 용역까지 시행했다.
 
해당 용역 결과에 따르면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와 같은 규모의 복합 리조트가 부산에 들어설 시 8조원이 넘는 생산 효과와 2만여명의 고용 창출이 일어날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복합 리조트 사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에 목말라 있던 부산에 필요한 하나의 '터닝 포인트'였다.
 
하지만, 이후 복합 리조트의 주요 시설이자 내외국인 모두를 상대로 문을 여는 '오픈 카지노'에 대한 사행성 조장 우려가 제기됐고, 시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채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그렇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였던 복합 리조트 사업은 최근 지역 상공계의 새로운 수장에 오른 양재생 회장에 의해 뜨거운 이슈로 다시 끌어올려졌다.
 
지난달 19일 취임한 제25대 부산상의 양 회장은 "총선 이후 글로벌 복합 리조트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공표했다.
 
양 회장은 "복합 리조트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관광, 마이스 산업을 이끌고 청년층의 역외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복합 리조트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부산은 다시 복합 리조트 사업에 불을 지폈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웃 일본은 오사카 유메시마 인공섬에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초대형 복합 리조트를 2029년 완공 목표로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복합 리조트에 있어 부산은 지각생이다. 인천 영종도는 국내 처음으로 공연 전문 공간 아레나를 비롯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마이스 시설 등을 갖춘 복합 리조트 인스파이어를 지난달 오픈하며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

 
[그래픽]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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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발을 느리게 만든 요인으로 '오픈 카지노'가 꼽힌다. 어쩌면 복합 리조트 내부에 조성될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오픈 카지노가 조성된다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막대한 관광 수입까지 거둘 수 있기에 부산은 이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역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오픈 카지노를 두고 대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 경제를 견인할 확실한 요인은 될 테지만, 카지노를 바라보는 시민 인식이 변화되지 않고서는 조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관련 법 제도가 미비해 '도박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여호근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오픈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 리조트 건설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1일 베팅 금액의 상한선을 정하는 등 건전한 방향으로 카지노가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여 교수는 오픈 카지노 조성을 위해서는 냉철한 시장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픈 카지노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업종이기에 국내 혹은 인접 국가에 부산보다 더 규모 있는 시설이 조성된다면 부산에 조성된 시설의 매력이 급격히 하락할 수도 있다"며 "시장성과 사업의 타당성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장욱 동서대 관광경영·컨벤션학과 부교수는 "확실한 캐쉬 카우가 없는 부산에는 필요한 사업으로 보이지만, 오픈 카지노는 법적으로 특별법을 만들어야 가능하기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부산상의는 먼저 사회 전반의 '분위기 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시민 사회를 대상으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지역 기업들을 상대로 사업에 대한 투자 의사를 물을 계획이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복합 리조트 사업을 향한 시민 사회, 지역 경제계의 분위기를 보여줄 것"이라며 "오픈 카지노에 대한 정부 인허가 부분은 사실상 부산시의 몫이기에 그 부분은 시가 나서 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복합 리조트의 건립 후보지로 언급된 북항 관할 지자체장이 사업에 환영을 표시해 양 회장에게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 3일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은 성명서를 통해 "북항 복합 리조트 건립을 적극 지지한다"며 "부산이 놓쳐서는 안 될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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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복합 리조트 사업'에 베팅할 수 있을까[초점]

기사등록 2024/04/04 09:17:0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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