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병원비부터 내라?…재난적의료비 입법취지 위배"

기사등록 2024/04/08 16:11:52

최종수정 2024/04/08 19:40:52

건보공단 "의료비 채무 소송 중…기초수급자 지급 유예" 신청 거부

1·2심 "공단 해석대로라면 병원비 못 내는 극빈자는 지원 못 받아"

[광주=뉴시스] 광주고등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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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투병 중 숨진 기초생활수급자의 의료비 지급 관련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재난적 의료비' 지급 유예 신청을 거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2심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당장 형편이 어려워 병원비를 못 냈거나 법적 다툼이 있는 예외 상황을 고려치 않은 처분은 사회적 약자 지원 제도인 '재난적 의료비'의 입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 고법수석판사)는 입원 치료 중 숨진 기초생활수급자의 유족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재난적의료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A씨의 승소 판결을 했다고 8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원고 A씨에 대해 지난 2021년 8월 내린 재난적 의료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은 정당하다. A씨는 관계 법령에 따라 적법한 지급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항소를 기각한다. 공단은 A씨의 (의료비 지급 관련) 민사소송 종결 이후 신청에 따른 처분을 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A씨의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지난 2021년 3월 숨졌다.

그러나 A씨 등 가족은 과잉 진료·의료 사고 등을 이유로 병원에 의료비를 내지 않았고, 어려운 처지에 지역사회 후원금으로 일부 의료비만 지급했다. 이에 병원 측과 의료비 지급 관련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때문에 A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민사소송 판결 결과에 따라 재난적 의료비가 지급될 수 있도록 기한을 유예해달라'며 지급 신청을 했다.

그러나 공단은 "병원에 실제로 납부한 의료비가 없다"는 이유로 재난적 의료비를 지급하지 않는 처분을 했다. 뒤이은 이의 신청과 행정심판 청구에서도 A씨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재난적 의료비 지급 신청 당시 어머니의 입원과 진료로 인해 병원에 납부해야 할 의무 자체는 확정됐지만 구체적인 의료비 금액 등에 관한 분쟁으로 민사소송이 이어지고 있어 지급 신청기한을 유예해달라고 한 것이다. 공단이 '지출'의 의미를 부당하게 좁게 해석한 만큼,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에 나섰다.

앞선 1심은 재난적의료비지원법 제1조가 규정한 '지출'의 개념을 지원 대상자가 의료기관 등에 실제 의료비를 납부한 경우로만 해석한다면, A씨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고 입법 취지에 정면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재난적 의료 상황에 놓였으나 의료비 일부라도 당장 납부하기 어려운 극빈자는 전혀 지원 받지 못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공단은 민사소송 결과에 따라 원고로부터 환수해야 할 재난적 의료비가 존재한다면, 법령에 근거해 초과 지급분을 부당이득금, 국세 체납 처분 등으로 징수할 수도 있다"며 "재난적 의료비 지급 대상이 되기 위해 스스로 일정액 이상 의료비를 지출해야한다거나 지급 신청 기한 예외 규정도 두지 않았다. 처분 사유가 없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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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 병원비부터 내라?…재난적의료비 입법취지 위배"

기사등록 2024/04/08 16:11:52 최초수정 2024/04/08 19: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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