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사직 한 달 지나면 효력 발생 주장
급여 미지급에 분유·기저귀 신청 등 생활고도
채용 시 처벌 우려, '전문의' 이점 등 분석 나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거나 개원을 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가 다른 의료기관에 중복으로 인력 신고가 된 사례는 없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1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10명 이내 전공의가 겸직 신고됐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후로 추가 사례가 없는 것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빅5 병원' 전공의들이 2월19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2월23일 기준으로 사직서 제출자는 1만34명으로 늘었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났다는 의미다.
정부가 진료유지명령 및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사직서가 수리된 경우는 없지만, 전공의들은 민법에 따라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지나면 수리가 되지 않더라도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민법 제660조에 따르면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경우 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 효력이 생긴다. 정부는 전공의의 경우 고용기간 약정이 있기 때문에 이 조항에서 제외된다는 입장이지만, 민법 제661조에는 고용기간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전공의들 주장에 따르면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지나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거나 개원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의사들이 전공의를 구제하겠다는 이유로 이들의 채용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의 이탈이 길어지면서 일부에서는 생활고를 호소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탈 기간에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하고, 의정 갈등 이후 경영난까지 겹치면서 빅5 병원에서는 이탈한 전공의의 급여를 3월부터 실제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자녀가 있는 전공의를 위해 분유와 기저귀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120명의 전공의가 도움을 신청했다고 한다.
이처럼 생활고까지 호소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음에도 이들이 다른 의료기관에 겸직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이 꼽힌다. 복지부는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전공의가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며, 이들을 채용하는 개원의도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의사가 두 군데 취업을 할 수가 없는데 퇴직 처리가 안 됐다고 하면 이중 취업이 될 가능성이 높고, 정부가 언제 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지도 모른다"며 "국가 행정이 만만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문의 중심 의료계 구조를 고려하면 전공의들이 실제로 수련 과정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날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류옥하다씨가 발표한 1581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으십니까'라는 물음에 '없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34%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를 그만두고 일반의로 개원도 할 수 있지만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의가 거의 인정을 못 받고 있고 전문의와의 소득 격차도 크기 때문에 전문의가 필수라고 보면 된다"며, "지금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현장을 떠났지만 정말로 전공의 과정을 포기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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