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의 '주도'를 찾아서…'취할 준비'

기사등록 2024/04/02 01:00:00

최종수정 2024/04/02 05:45:30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30도를 훌쩍 넘던 초록병 소주의 도수는 25도, 21도를 지나 16도 대에 안착했다. 이마저도 언제 깨질지 모를 정도로 낮은 도수를 선호하는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것이 바로 전통주다.

코로나19 이후 2030세대를 강타한 위스키 열풍을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 ‘아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우리술이 젊은 층에서 더욱 다채롭고 고급스럽게 소비되는 추세다. 이는 2021년 941억 원에서 2022년 1,629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한 전통주 산업 규모(국세청 통계 기준)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낮아지는 소주 도수가 증명하듯 지금 이 세대는 과거 어떤 세대보다 낮은 도수를 마신다. 기성세대에게는 한없는 ‘알쓰 세대’이지만, 이들은 술 정보가 담긴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직접 양조장을 찾아 술을 빚으며, 그 경험들을 SNS에 공유하는 등 그 어떤 세대보다 다양하고 진지하게 술을 향유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자이자 전통주 소믈리에로 가장 핫한 곳에서 소셜 술 모임을 주도하는 이 책의 저자는 공교롭게도 ‘알쓰’ 그 자체다. “회사에서 술을 제일 못 마시니 일만 하고 올 것 같다”는 부장의 말에 엉겁결에 우리 술 취재를 맡았을 정도로 소문이 자자한 그의 주량은 고작 소주 석 잔. 저자가 몸담고 있는 '농민신문'은 ‘농협’이 발행하는 매체로, 국내에서 우리 농산물로 만드는 우리술을 취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을 것이다

오지를 돌며 다양한 취재원을 만날 수밖에 없는 저자의 업무 환경 덕분에 이 책에는 가장 최신의 정보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취하기 전에 알아야 할 우리 술 상식'은 누구나 궁금했을 우리술의 기초 정보를 쉽고 간결하게 제공한다.

책 '취할 준비'는 일을 위해 천성을 거스르며 술을 공부하고, 빚어보고, 마셔보다 결국 술을 사랑하게 된 한 직장인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술’과 ‘사람’ 사이를 오가고, 때로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젊은 직장인 여성’과 ‘술을 가장 잘 아는 전통주 소믈리에’ 사이를 오간다.

"자꾸 높아지는 막걸리 도수에 물처럼 넘어가던 옛 막걸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막걸리는 작은 잔보다 큰 잔에 한가득 담아 목을 타고 넘어가는 게 보일 정도로 꿀떡꿀떡 삼켜주는 게 좋다. 가벼운 목넘김은 그야말로 술이 술을 부른다. 달거나 약한 탄산이 있어도 좋다. 이런 막걸리를 또 다른 말로는 ‘노동주’라고 부른다. 고된 노동을 한 다음에 마시는 막걸리다. 여름철 농번기에 농촌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새참과 함께 마시는 가벼운 막걸리 한잔. 도수도 낮아서 쉽게 취하지도 않고 그저 일로 굳었던 몸을 가볍게 풀 정도로 취기가 돈다. 이런 막걸리에 파전 안주는 또 얼마나 기가 막히던가. 약간 신김치에 어울려 먹어도 산미 궁합이 알맞다. 이때 마시는 막걸리는 업무량의 바로미터다. 술이 달고 맛있을수록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다."(98~99쪽. 〈소주는 순해지고 막걸리는 독해진다〉 중에서)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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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의 '주도'를 찾아서…'취할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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