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낡고 부서진 옷장들의 반란이다. 마치 자동차 같기도, 배 같기도 한 모습으로 무장한 작품이 됐다.
일본 설치미술가 아오노 후미아키(56)의 개인전 '무지(無知)의 기억이 열리다'전이 경기 화성 엄미술관(관장 진희숙)에서 4월4일부터 6월8일까지 열린다. 2014년 아라리오 갤러리 전시(환생, 쓰나미의 기억)에 이어 한국에서 10년 만에 선보이는 전시다
아오노 후미아키는 일상적인 물건과 사물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복원하는 작가다. 다양한 장소에 버려진 물건을 수집하여 복원하는 작업을 해왔다. ‘파괴’, ‘재생’, ‘순환’의 과정을 다룬다. 손상되기 이전의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즉, 상처를 없애는 복원이 아니라 파손된 파편에 고정, 연장, 붙이기 등의 기법을 통해 사물의 재생을 유도한다.
엄미술관의 올해 첫 전시로 펼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원래 주제로 돌아가 사물의 순환- 수리- 변용을 다룬다. 이전 생활에 대한 기억이나 상실의 흔적들을 관객에게 상기시키며 사물에 대한 무지(無知)의 기억이 열리는 체험을 하게 한다.
대표작인 <배(Ship, 2012)>, <트럭(Truck, 2013)>, <간판(Restoration of a Red Signboard Collected in Ishinomaki, 2013)>을 포함하여 ‘복원’의 주제를 다룬 기존 작품(설치 및 오브제 22점, 회화 23점)과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10점 내외)을 공개한다.
설치 작품 이외에도 빛바램, 부식, 얼룩 등 시간의 흔적과 복원의 흔적이 공존하는 평면 오브제, 콜라주를 활용한 사진 작업, 드로잉도 소개한다.
부서진 물건들을 복원하는 아오노 후미아키의 작업은 단순히 과거를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회복과 재탄생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엄미술관 진희숙 관장은 “아오노 후미아키는 비교적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일본 동시대 작가"라며 "아오노의 전시를 통해 폐기물이 예술로 변모되는 과정을 접하면서 사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나아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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