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문부과학성, 오늘 중학교 사회 18종 승인
2020년 검정 통과 이후 4년 만에 수정본 심사
日, 국가의 역사교과서 서술 개입 韓보다 강해
2021년 '각의 결정' 따라 가해 역사 축소 서술
정부 입장 바뀌지 않는 한 왜곡 교과서 늘 듯
일본 문부과학성은 22일 오후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중학교에서 내년부터 쓰일 사회과 교과서 수정·보완본 18종의 검정 심사 결과를 확정했다.
연말까지 지역청(교육지원청) 단위에서 채택될 경우 내년부터 중학생들이 해당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검정을 통과한 사회과 교과서 18종엔 모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실렸다. 독도를 두고 '일본의 고유 영토'라 적거나 '한국의 불법 점거'라고 기술했다.
역사 교과서 8종에선 1940년대 조선인 강제 동원을 기술하면서 '강제 연행' 표현을 쓰지 않거나 지웠다. 또 역사 2종에선 '종군 위안부' 표현을 지웠거나 일제 시기 군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정부 입장을 실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일본의 교과서 검정 체계는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국정, 검정, 인정으로 나뉜다. 검정은 민간에서 제작하고 적합성 여부를 국가가 판단한다.
우리나라 역시 '검정기준'과 '편찬상의 유의점'으로 역사 교과서의 내용에 국가가 관여하지만 일본은 정부의 개입 수위가 한층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2014년 일본 문부과학성이 정한 고교 교과서 검정 기준에 따른 것으로, '각료회의(각의, 한국의 국무회의) 결정이나 다른 방법으로 표현된 정부의 통일적 견해'가 있으면 이에 근거해 기술해야만 한다.
이 결정은 일제시기 조선인 징병·징용 등 동원 문제에 있어 '강제 연행'과 같이 강제성을 띄는 용어는 부적절하고, 군과 '위안부'는 분리해서 설명해야 하므로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도 쓰면 안 된다는 지침이다.
이로 인해 일제 시기 자행됐던 가해 역사를 충분히 서술해야 정확한 역사를 배울 수 있음에도, 일본 교과서들은 이를 흐리거나 축약하는 경향이 이어졌다.
이쿠호샤(育鵬社·육붕사) 역사 교과서엔 관련 대목에서 '일본의 광산이나 공장 등에서 가혹한 환경에서 일했던 사람들도 있었다'고 적었다. 당초 2020년 검정본엔 '가혹한 노동을 강제로 했다'고 적혀 있었다.
다이고쿠(帝國·제국)서원의 교과서도 '조선인이나 중국인을 징용하고, 일본 각지의 탄광, 광산에 데리고 가서 낮은 임금으로 과도하게 일을 시켰다'(2020년)는 표현을 '일을 하게 됐다'고 강제성을 희석했다.
이처럼 앞으로도 일본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바뀌지 않는 이상 추후에도 일제 시기 가해 역사를 흐리는 교과서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 국내 시민단체들 사이에선 일본 극우정치 세력들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우익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유사(自由社·자유사) '공민' 교과서도 문제 삼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두고 "이 같은 인권 문제에 대해 확실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우호"라고 기술했다.
시민사회의 과거사 청산 운동을 폄훼하고 친일파의 재산 환수 문제가 마치 인권 침해인 양 서술한 데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와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일본 정부는 식민지 피해 배·보상에 대한 모든 책임을 한국 정부에 떠넘기고 모든 과거사는 청산되었다는 입장을 여러 곳에서 표출하고 있다"며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 일본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외교부도 이날 오후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고 이번 중학교 사회과 검정 결과에 대해 항의 뜻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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