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증원은 교육 본질 모르는 몰상식 극치"
"필수 현장 의사 만나기 어려울 것…국민이 피해"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후 의료 공백이 장기화된 가운데 연세대 의대 소속 교수들이 많은 전공의들이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많은 전공의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미국과 같이 여건이 좋은 의료선진국에서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22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호소문을 통해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현실화 되면 설령 앞으로 어떤 정책을 재정비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필수 의료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전공의들은 주일에 시간 시간 연속 근무하는 혹독한 수련의 길을 스스로 택하고 감내하며 의학의 숙련과 환자 진료를 위해 정성을 쏟아온 미래 한국 의료를 이끌어갈 인재들이다"며 "이들은 정부가 제시한 정책이 실행되면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의료가 빠르게 침몰하고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하게 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의학의 길을 걷는 양심에 충실하고 자 최후의 저항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상확을 학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호소문에서 "정부는 일 명 의대 정원 증원배정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리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또한 국민들이 겪는 불편의 원인을 오롯이 의료계로 전가하고 사직한 전공의들을 범죄자 대하듯 대하며 각종 행정 명령을 남발하고 면허 정지나 법정 최고형 등으로 위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25일 예정된 의대 교수 사직은 항의를 넘어 의료 현장에서 한계에 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우리 교수들은 학생과 전공의가 없는 대학과 병원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진행될 교수의 사직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를 넘어 시간이 가면서 탈진하는 교수 진들이 더 이상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볼 여력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봤다. 교수들은 "현 상황이 지속 되면 머지않아 필수 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만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폭발적으로 배출된 의사들이 사회에 진출할 시기가 되면 의료비 폭증도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피해 상황은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은 의대 교육의 본질을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의대 교육은 오랜 기간 실습 위주의 도제식 의사양성 교육과정을 통해 이뤄진다"며 "정부의 무모한 증원안은 1년 내로 많게는 몇 배씩 증원된 학생을 교육시키라는 주장이며 이는 의대교 육의 본질조차 모르는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준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당연히 의학 교육의 질은 급속히 저하될 것"이라며 "사는 오랜 시간 전문지식을 습득해서 배출되는 전문가다. 교육과 진료를 담당하는 현장 전문가 목소리에 귀를 막은 채 폭력적으로 밀어붙인다고 의사가 무작정 배출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며 '2025학년도 2000명 증원' 정부안 추진을 확정지었다. 그러면서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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