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제가 용산에만 있어서 현장을 몰랐나 봐요". 대통령실 출입 3년 차, 오랜만에 만난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여론을 착각했다'고 깨닫는 순간이 온다. 대통령의 빼곡한 스케줄만 바라보고 있노라니 유권자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진다. 대통령과 함께 전통시장 취재를 간다고 한들 별반 다르지 않다. 잘 짜진 경호용 동선에는 민심이 들어올 틈이 없다. 기자마저도 이런데 대통령은 어떨까 싶다.
대통령실은 '이종섭·황상무 논란'을 두고 국민의힘과 수일째 평행선을 달렸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자진사퇴하며 전선이 축소됐다지만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공천 갈등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윤-한 갈등 2차전'이 종료됐다고 단언하긴 섣부르다. 여전히 이종섭 호주대사의 문제는 남아 있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단 3주. 지역구를 누비는 캠프 실무진들의 "대체 용산 분위기는 어떻냐"는 질문에 기자는 특별히 전할 말이 없다. "대통령실은 민심의 따가움을 인식 못하고 있는 것 같다(윤상현/국민의힘 인천 동·미추홀을 후보) "중도층 주민들의 마음이 좀 냉담해지는 게 느껴진다(윤희숙/국민의힘 서울 중·성동갑 후보)". 후보들의 발언은 격앙되는데 대통령실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차갑기만 하다.
대통령실은 남은 이 대사 문제에 대해 연일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답변만 반복 중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부르면 언제든 갈 것'는 식이다. 민심은 들끓고 있는데 대통령실은 냉정한 얼굴로 원리원칙을 가리고 있으니 전쟁터를 누비는 후보들은 궁금증이 일 수밖에 없을 터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기자에 전화를 걸어 "용산 분위기는 어떤가"라고 물었을 때는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春分)이다. 유권자의 실망감과 이를 두려워하는 여당 후보들의 목소리는 뜨겁다. 이제 대통령실이 내놓을 시간이 왔다. 꽃이 피는 봄이 오고 있는데 용산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국정 3년차 동력을 확보하는 봄을 맞기 위해선 이 대사에 대해서도 국민의 눈높이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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