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마저 병원 떠나나…환자들 "우리 봐서라도 파업만은"

기사등록 2024/03/15 13:00:00

최종수정 2024/03/15 13:36:18

의대 교수들 오늘 사직 여부 결정

"환자들 봐서라도 파업하면 안돼"

"교수들 사이서도 사직 의견 갈려"

"수소문해 방문" 전문병원 북새통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과대학 교수가 연구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4.03.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과대학 교수가 연구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4.03.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래현 문채현 수습 권신혁 수습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시작한 전공의와 의대생에 이어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 카드를 꺼내 들며 의료 현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의료 공백이 4주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교수까지 떠나면 본격적인 '의료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의대 19곳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까지 전공의 면허 정지 방침과 의대생 유급 조치에 항의하는 의미의 사직서 제출 여부를 15일까지 결정한다. 의료 현장을 지키던 교수들마저 사직하는 결론에 이르면 다음 주부터는 대학병원 진료 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전국에서 환자가 몰리는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병원 중 서울대·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정부가 사태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세브란스·삼성서울병원 교수들도 이날 중 집단 사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뉴시스가 찾은 서울성모병원은 진료가 시작되는 오전 8시께부터 환자들로 붐볐다. 2층 창구 일대에만 40여명이 접수 후 자신의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도 엘리베이터는 끊임없이 환자들을 실어 날랐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공의 의료현장 이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03.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공의 의료현장 이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03.14. [email protected]

신장 이식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해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김한철(63)씨는 "교수들이 파업하면 당장 월요일부터 진료가 안 될 건데 불안한 정도가 아니다"며 "저같이 면역 억제제를 먹는 중증 환자들은 동네 병원이나 일반 2차 병원에 가서 될 상황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교수는 환자들을 봐서라도 파업해서는 안 된다"며 "환자들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송호(72)씨도 경기 부천시에서 오전 4시부터 일어나 병원에 왔다며 "신장 이식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는 중인데 복잡한 사안이라 여기서 서류를 다 떼서 가져가도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주치의가 사직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주기적으로 혈액내과 교수를 찾아 치료받는다는 40대 남성 박모씨도 "교수들의 사직 이야기를 들었는데 환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며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게 되면 방법이 없으니까 작은 병원 가서 약이라도 어떻게 처방받는 수밖에 없다"며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전공의 업무중단 3일 차인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02.22.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전공의 업무중단 3일 차인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02.22. [email protected]

다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한 의료계 관계자는 뉴시스에 "교수들 사이에서도 집단 사직에 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밤까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여부에 관한 투표를 진행하는데, 정형외과 등에서는 교수들이 사직을 안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며 "사직을 안 하겠다고 말하는 교수들이 있는 만큼 집단 사직 결론이 나더라도 교수들이 모두 병원을 떠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자정까지 '사직서 제출에 동의하나' 등의 문항이 포함된 설문 조사를 실시한 뒤 다음 주 월요일(18일) 전체 교수 회의를 개최한다.

정부와 대치하며 혼란이 커지고 있는 대학병원을 피해 전문병원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정원 증원 갈등으로 의료현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난 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13.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정원 증원 갈등으로 의료현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난 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13. [email protected]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뇌혈관 질환 전문 병원 1층 로비에는 대기하는 환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뇌동맥류로 인한 두통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는 정미현(57)씨는 "정기 검진에서 갑자기 질환이 발견됐는데 큰 병원에 가도 지금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없지 않나"며 "뇌 전문 병원을 수소문해 방문했다"고 했다.

다급하게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온 50대 여성 A씨는 "어머니가 넘어져서 골절상을 입어 급하게 치료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 병원은 파업을 안 하는 것 같으니까 왔다"고 이야기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뉴시스에 "의사 파업 이후 환자들이 늘어 병원 가동률이 70%에서 90%까지 늘었고 전원 문의도 기존보다 많아졌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준 모든 전공의에게 진료유지명령이, 이탈한 전공의에게는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상태이며 이들이 제출한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전병왕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의대 교수들에게 "환자의 호소에 귀 기울여 주고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날부터 응급실 과밀화 방지를 위한 경증 환자 분산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상급 종합병원과 협력 체계를 구축할 진료 협력 병원 지정 등에 나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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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마저 병원 떠나나…환자들 "우리 봐서라도 파업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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