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1억200만원, 해외는 9500만원
"한국, 개인 투기 열풍에 '기울어진' 운동장"
기관·외국인 투자 빗장이 김프 더 부추겨
국내 비트코인 ETF 허용, '김프 해소제'로 주목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국산 비트코인이 따로 있나. 왜 한국이 더 비싸지"
개당 1억원을 뚫은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쏟아진 질문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13일 오후 1시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1억200만원,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9500만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약 7% 차이다. 이 격차를 김치프리미엄(김프)이라고 부른다.
34개월 만에 최고치 찍은 김프…이유는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김프는 1~3%대로 안정권을 유지했다. 당시 최대 호재였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됐음에도 비트코인이 6000만원대에 머물자 K-투심이 자극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비트코인이 '꿈'의 1억원을 돌파하면서 상황은 뒤바뀌었다. 김프는 현재 연초 대비 최대 8배 높은 7~8%대를 기록 중이다. 1억원에 임박했던 지난 8일 한때는 10%까지 벌어졌었다. 해외에서 9000만원에 거래되는 비트코인을 국내에서는 9900만원에 사는 꼴이다. 이는 지난 2021년 5월 30일(8.72%) 이후 34개월 만에 최고치기도 하다.
김프 고공행진의 본질은 국내 개인 투자자의 투기 열풍이다. 특히 최근에는 자본시장 자금이 코인시장으로 흘러가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정책금융상품인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일시에 도래하면서 자금이 13조원이나 빠져나갔다. 해당 자금은 투자 대기 성격이 있는 요구불예금으로 대거 이동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대기 자금이 언제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몰릴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주식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총 거래 대금은 17조원에 달한다. 코스피 거래대금(9조4490억원)의 약 2배다. 코인시장이 주식시장과 달리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유의미한 수치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국내 자본시장도 과거와 달리 투기성이 짙어지면서 코인시장과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강세를 보이는 코인에 자본시장 자금이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본시장에서 빠진 만큼 코인시장으로 채워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투기 열풍을 눌러줄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이 막힌 '폐쇄적 환경'도 김프를 높이고 있다. 투자 수요는 많은데 사실상 금지된 재정거래 때문에 가격 차이가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투기 과열을 그대로 흡수할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백훈종 샌드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 코인 시장은 과열된 매수세를 잠재워줄 기관이 없어 개인 투기 열풍에 취약한 구조"라며 "해외 자금 흐름도 막혀있어 고립된 국내 시장에서 김프는 계속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비트코인 ETF 허용, '김프 해소제' 될까
이에 거래소 등 전문 기관 등을 통한 재정거래가 일부 허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사업자에게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해외에서 비트코인을 사 온다면 김프 역시 완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나아가 현재 논의 중인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도 김프 해소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상 기관 투자자 진입 경로인 국내 현물 ETF가 허용된다면 김프를 유발한 개인 투기 열풍이 해소된다는 점에서다.
백 COO는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은 기관 투자자의 진입을 허용한다는 의미"라며 "이는 고립됐던 국내 투기 자금을 순환시켜 김프 해소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공론화가 올해 하반기쯤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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