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주주환원 목표 발표 기업 증가세
"배당세제 인센티브시 참여율 증가 기대"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과 함께 주주환원정책이 얼마나 확대될지 관심이다. 증권가에서는 배당세제 인센티브가 구체화되면 기업들의 참여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익체력과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와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계획을 내놓고 있다.
주요 상장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 50%를 주주환원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향후 5년 내 자사주(보통주 13.2%, 우선주 9.8%) 전량 소각에 나선다. 관계사 배당수익의 60~80% 수준 재배당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대차는 연간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25% 이상을 계획하고 있으며, 연 4회 분기배당과 이미 보유한 자사주 3년간 발행주식수 1%씩 소각하기로 했다. 기아는 중장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 따라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고, 상반기 내 50% 소각, 3분기까지 경영목표 달성시 100%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총주주환원율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원칙으로 삼았고,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보통주 1500만주, 우선주 100만주 이상 소각할 예정이다. 주주환원성향은 조정 당기순이익의 최소 35% 이상 유지를 약속했다.
이처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기업들의 주주친화정책을 내놓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지난달 26일 발표된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에 세제지원 등이 빠져 있어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4년 가계소득 증대세제를 생각해보면)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상장사가 스스로 배당을 늘릴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세제였다"며 "해당 세제 도입으로 이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크게 증가하는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반도체, 유틸리티, 은행, 에너지, 자동차 등 시가총액 대형주 배당금이 크게 증가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에 관한 인센티브 내용이 가시화된다면 기업들의 참여율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말배당부터 배당제도가 개선되면서 올해부터 선(先)배당액 확정 후(後) 배당기준일 지정 적용이 본격화돼 더블배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났다. 기준일을 변경한 70개 기업들의 결산배당기준일은 이달과 다음달 예정돼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결산배당의 경우 배당기준일은 늦으면 다음달 초에 설정될 수 있는데 기관 자금이 선제적으로 들어온다"며 "4대 금융지주사들은 결산배당과 분기배당까지 맞물리면서 더더욱 배당투자 매력도가 확대돼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입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상장사의 18.3%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관련 정관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ESG기준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제안 기업은 50개사, 총 안건은 195개로 직전 2년 평균 대비 각 41%,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주제안 가결률도 20.2%로 상승해 전년 대비 14.6% 높아졌다.
다만 배당(28건)이나 자사주 매입·소각(11건) 관련 안건은 한 건도 통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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