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심폐소생술' 등 98개 업무 가능
"잘못되면 의료분쟁 이어질 것 명약관화"
"병원장 의료소송 리스크 감수할지 의문"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전공의 부재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 이른바 진료보조(PA)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효과적으로 작동할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의료분쟁과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 유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날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정부는 간호사에게 98개 의료행위 위임 가능 여부, 의료기관의 교육·훈련 의무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지금도 병동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의사에게 응급콜을 한 사이 간호사가 흉부 압박, 인공호흡 같은 기본적인 심폐소생술의 경우 의사의 지시 없이 바로 시작할 수는 있다.
문제는 PA간호사가 의료현장에서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다. 현재 응급의학과 의사들도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도하다가 환자가 잘못되면 법적 안전망이 헐거워 보호자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중 하나인 응급의학과를 기피하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유인술 대전응급의료지원센터장은 "심폐소생술은 말 그대로 죽고 사는 문제"라면서 "의사들도 잘못되면 멱살이 잡히는 것은 예사이고 소송에 휩싸이기 일쑤인데, PA간호사들이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환자들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이라고 해서 과연 그냥 넘어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수도권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도 "병원에서 치료 받던 환자가 심정지가 와서 생명이 경각에 달렸는데 PA간호사가 자발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가 잘못되면 의료분쟁으로 이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만약 의료소송으로 가게 되면 PA간호사가 불리한 실정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는 있지만 PA 간호사는 없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데,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설령 재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 받는다 하더라도 소송 과정에서 겪는 고통도 만만찮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원장은 "간호사가 응급상황에서 처치했는데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법적 보호장치가 없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소송 부담은 큰 반면 심폐소생술 수가는 낮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려면 적어도 의료진이 3명은 필요한데, 종합병원급 수가는 의료기관 중 최저로 13만원에 불과하다.
간호사들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간호계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걱정 없이 환자를 보살필 수 있도록 법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관리·감독의 미비로 발생하는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의료기관장이 지도록 한 것도 논란거리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전공의가 대거 빠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 소송 리스크를 누가 선뜻 감수하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장은 "정부가 여러 임시방편들을 내놓고 있는데, 황당하다"면서 "이제 바른 소리를 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해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간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응급구조사는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권한이 있는 반면 간호사는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지난해 간호사에게 응급구조사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자 응급구조사들이 반발한 바 있다.
유 센터장은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중구난방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소송을 부추겨 수임료를 챙기는 변호사들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날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정부는 간호사에게 98개 의료행위 위임 가능 여부, 의료기관의 교육·훈련 의무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지금도 병동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의사에게 응급콜을 한 사이 간호사가 흉부 압박, 인공호흡 같은 기본적인 심폐소생술의 경우 의사의 지시 없이 바로 시작할 수는 있다.
문제는 PA간호사가 의료현장에서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다. 현재 응급의학과 의사들도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도하다가 환자가 잘못되면 법적 안전망이 헐거워 보호자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중 하나인 응급의학과를 기피하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유인술 대전응급의료지원센터장은 "심폐소생술은 말 그대로 죽고 사는 문제"라면서 "의사들도 잘못되면 멱살이 잡히는 것은 예사이고 소송에 휩싸이기 일쑤인데, PA간호사들이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환자들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이라고 해서 과연 그냥 넘어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수도권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도 "병원에서 치료 받던 환자가 심정지가 와서 생명이 경각에 달렸는데 PA간호사가 자발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가 잘못되면 의료분쟁으로 이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만약 의료소송으로 가게 되면 PA간호사가 불리한 실정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는 있지만 PA 간호사는 없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데,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설령 재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 받는다 하더라도 소송 과정에서 겪는 고통도 만만찮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원장은 "간호사가 응급상황에서 처치했는데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법적 보호장치가 없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소송 부담은 큰 반면 심폐소생술 수가는 낮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려면 적어도 의료진이 3명은 필요한데, 종합병원급 수가는 의료기관 중 최저로 13만원에 불과하다.
간호사들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간호계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걱정 없이 환자를 보살필 수 있도록 법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관리·감독의 미비로 발생하는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의료기관장이 지도록 한 것도 논란거리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전공의가 대거 빠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 소송 리스크를 누가 선뜻 감수하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장은 "정부가 여러 임시방편들을 내놓고 있는데, 황당하다"면서 "이제 바른 소리를 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해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간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응급구조사는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권한이 있는 반면 간호사는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지난해 간호사에게 응급구조사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자 응급구조사들이 반발한 바 있다.
유 센터장은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중구난방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소송을 부추겨 수임료를 챙기는 변호사들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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