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서 중대본회의 주재…대통령 주재 처음
"각대학 3401명 신청…'교육 저하' 틀린주장"
"1977년후 의대 2.2배 늘어…변호사는 30배"
"중증질환 보상 강화…PA 확실히 법적 보호"
"현장서 본분 다하는 의료인께 존경과 감사"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의료현장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하여, 반드시 완수해 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개혁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국익을 위해 해내야 한다는 의지를 더욱 확실하게 국민에게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 장관이 번갈아 여는 중대본 회의를 윤 대통령이 주재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집단행동 장기화로 접어든 의료계와 타협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필요성을 다양한 수치를 들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각 대학으로부터 내년도 의대 증원 신청을 받아본 결과 작년 말 수요조사 결과를 훨씬 상회하는 3401명이었는데도, 의료계 일각에서는 급격한 증원으로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닌 틀린 주장"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1977년 이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는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 증가했으나 의사 면허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의료수요가 폭증한 것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 정원이 1380명에서 3058명으로 겨우 2.2배 증원됐기 때문인데, 같은 기간 연간 변호사 수는 58명에서 1725명으로 30배가 늘어났다"며 "국민들은 전국 어디서나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누리고 있는데 의료 서비스는 오히려 후퇴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정원 40~50명의 소규모 의대부터 증원하려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 맞게 의학교육을 정상화려는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개혁을 통해 우리 의학교육의 질을 높이고, 의과대학의 역량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공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현행 의료계 인력구조를 고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의료현장의 혼란이 역설적으로 의사 수 부족을 입증하고 있다"며 "수련 과정의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해서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 하고 국가적인 비상 의료 체계를 가동해야만 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수련하는 전공의가 8724명으로 전체 의사 2만3284명 중에 37.5%를 차지하고 있는 매우 기형적인 구조이며,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당 77.7시간으로 지나치게 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병원 운영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고 개혁해야 한다"며 "전문의 중심의 인력구조로 바꿔나가는 한편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PA)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수련병원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기능하는 전공의가 아니라 표준화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유능하고 전인적인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대본 회의에서는 의료계 집단행동 동향 및 대응 상황, 필수의료 건강보험 보상 강화 추진계획, 지자체별 비상진료 운영 상황, 의대 정원 증원 신청 현황 및 후속 계획 등이 논의됐다.
응급·고난도 수술에 대한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소아·분만 등에 건보재정 투입을 확대하는 필수의료 보상 강화가 골자다.
윤 대통령은 "난이도가 높은 중증 심장질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 사후 보상을 추진하며, 지방의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에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하여 가장 시급한 분야부터 보상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진료지원 간호사(PA)는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간호사가 숙련된 의료인으로 성장해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간호사들의 경력발전 체계 개발과 지원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또 필수과목 전문의·간호사 신규 채용시 병원에 인건비를 지원하고, '빅5 병원'은 중증·희귀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진료 보상을 확대하고 경증 환자 보상을 줄이는 방안이 실시된다.
비중증환자를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으로 이송할 경우 지급되는 인센티브가 확대되고, 최중증 환자를 담당하는 권역별 응급의료센터는 구급대 이송 환자와 타 병원 전원 환자 중심으로 수용하도록 지원한다.
윤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를 마치면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모두가 최선을 다해 비상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도 현장에서 본분을 다하고 있는 의료인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에 감사를 전했다.
이날 중대본 회의에는 정부에서 한덕수 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13개 부처, 17개 시·도지사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과 장상윤 사회수석,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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