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유급→신입생 되레 축소' 괴소문…교육부 "그럴 일 없어"

기사등록 2024/03/07 05:30:00

최종수정 2024/03/07 09:01:29

"이러다 '0명 증원' 되는 것 아닌가"…수험생 혼란

1993·1996년 한·약 분쟁 때 한의대생 집단 유급

교육부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축소는 없어"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교육부가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에 전국 40개 의대가 3401명 증원 신청했다고 밝힌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의과대학. 2025.03.05.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교육부가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에 전국 40개 의대가 3401명 증원 신청했다고 밝힌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의과대학. 2025.03.0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정부의 증원 추진에 대한 항의 표시로 2주 넘게 수업을 거부하면서 '집단유급'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대생들이 대거 유급되면 내년도 신·편입생 모집정원도 축소될 수 있다는 걱정까지 수험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지만, 교육부는 내년 의대 신·편입생 선발이 줄어들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 처리돼 내년도 신입생과 편입생 모집정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의대 휴학이 지속된다면 2025 입시에 큰 혼란이 있겠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의대생들 전체 1년 휴학하고, 예과 1학년이 올라가지 (진급되지) 않으니 의대 증원은 무슨, 신입생을 뽑을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고 적었다.

이런 우려가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대학 학칙에는 수업일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한 학생에게 F학점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의대생들은 한 과목이라도 F를 받으면 유급 처리되기 때문에 장기간 결석이 유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들은 이런 사태를 막고자 한 두 차례씩 개강을 미루고 있지만, 학사 일정을 재개한 후에도 학생들이 나타나지 않으면 출석 미달로 인한 단체 유급은 불가피하다.

올해 예과 1학년 학생들이 내년 신입생들과 함께 수업, 실습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데, 이들 모두를 한꺼번에 수용할 강의실과 실습 자원이 부족한 대학 입장에선 고육지책으로 내년도 신·편입생 선발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 1993년과 1996년에도 약사의 한약조제를 허용한 정부에 반발해 전국 한의대생들이 수개월간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하면서 단체 유급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 여파로 이듬해 일부 대학에서는 한의대 신입생을 70%만 뽑았다.

하지만 교육부는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이 줄어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우선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되는 상황까지 벌어지진 않을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다수의 대학들이 3월 중순까지 개강을 연기했기 때문에 이 기간 내 의·정 갈등 국면이 마무리되면 의대생들도 학교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기만 하면 대학에서 조기, 야간, 주말 보강수업을 진행해 법정 수업일수를 확보할 수 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전공의 집단행동'에 이어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에 들어간 지난 5일 경기도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2024.03.05.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전공의 집단행동'에 이어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에 들어간 지난 5일 경기도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2024.03.05. [email protected]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도 학생들 보호 차원에서 계속 개강 일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에 단체 유급까지 가는 것은 학교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들과 협의해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계속되더라도 집단 유급을 막을 통로는 존재한다. 그나마 손 쉬운 방법은 학내 교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칙을 개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지켜야 하는 최소 출석일수를 3분의 1에서 3분의 2로 줄이는 식이다. 다만 이 경우 대학이 의대생들 편의를 지나치게 봐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출석일수가 모자라면 학칙에서 규정한 법정 수업일수 자체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학들의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상당수 대학들 학칙은 이를 따르고 있다. 다만 의대 본과의 경우 실습이 많기 때문에 학사일정이 통상 40주를 넘어간다.

1996년 한의대생 집단 유급 사태 때에도 교육부는 대학이 원하면 한 학기에 16~17주 수업일수를 채우도록 규정된 학칙을 15주로 축소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했었다.

만에 하나 의대생들의 단체 유급이 현실화하더라도 내년도 신입생, 편입생 선발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라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강의실에 신입생과 올해 예과 1학년생들이 함께 수업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한이 있어도 모집 정원 축소는 없다는 얘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 신입생 모집이 줄어들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휴학계 제출과 수업거부를 2주 넘게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6시까지 의대생 누적 5401명이 학칙상 요건을 갖춰 휴학계를 제출했다. 이는 전국 의대생(1만8793명)의 28.7%에 해당한다.

전날 수업거부 등이 확인된 대학은 8개교로, 3일(6개교)보다 더 늘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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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유급→신입생 되레 축소' 괴소문…교육부 "그럴 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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