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처럼 성과 보상"…한화그룹, RSU가 답 될까?

기사등록 2024/03/04 11:51:24

최종수정 2024/03/04 12:19:29

현금 대신 주식으로 최장 10년 뒤 보상

"단기 실적 대신 장기 성장 집중 유도"

저가 수주로 목표 달성 등 '먹튀' 방지

[서울=뉴시스]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한화오션 제공)
[서울=뉴시스]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한화오션 제공)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한화그룹이 장기 성과에 연동한 독특한 보상 체계인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제도를 모든 계열사 팀장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눈앞의 현금 보상 대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주식과 주식 가치에 연동한 현금을 절반씩 받는 것으로 경영진이 단기 실적이 아닌 장기 성장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려는 제도다.

10년 뒤에야 받는 보상

4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현재 RSU 제도를 운용하는 한화그룹 계열사는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12곳이다. 이들 회사 대표이사와 주요 경영진 등 344명이 현재 RSU를 적용받고 있다.

한화그룹의 RSU는 당장 현금 보상을 해주는 대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주식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현금 대신 RSU를 받은 뒤 일정 기간(최대 10년)이 흐른 뒤에야 실제 주식을 받는다. 이 주식의 절반은 주식 가치에 연동한 현금으로도 받아 소득세 등을 낼 수 있다.

예컨대 RSU로 자사주 1만주와 주식 가치 연동 현금 3억원을 받은 뒤 10년 후 주가가 2배로 뛰었다면, 주식 가치 증가분은 물론 현금 보상 규모도 6억원 정도로 늘어난다.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와 주가 상승에 비례해 보상 규모가 더 커지는 셈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받을 성과가 전혀 없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1~2년 후 퇴사한다면, 재직 기간에 아무리 큰 성과를 냈더라도 보상 규모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RSU는 과거에 대한 성과를 보상하는 대신, 꾸준히 성과를 창출해 누적된 성과를 미래 시점에 누릴 수 있도록 고안한 제도"라며 "임직원이 회사의 장기 발전에 기여하게 해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 2024.0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 2024.01.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먹튀' 방지 성과 제도"

한화그룹이 RSU 제도를 확대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경영진이 단기 실적을 내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단기 성과급을 챙겨 퇴사한 뒤 회사에 거액의 손실이 발생하는 이른바 '먹튀'도 방지할 수 있다. 실제 과거 건설업계에서 중동 플랜트 저가 수주 후 회사에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두고두고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조선업계도 수주 잔고 채우기에 열중해 해양 플랜트나 선박을 저가 수주한 것이 나중에 회사에 심각한 경영위기를 몰고 오기도 한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이 같은 저가 수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 수주 목표를 경영진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에서 아예 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RSU는 회사 주식의 장래 가치에 따라 최종 지급 보상액이 달라지므로 임직원이 회사의 장기 발전을 위해 전념할 수 없다"며 "경영진과 회사, 주주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성과 보상제도"라고 했다.

주가가 행사가보다 떨어지면 사용할 수 없는 스톡옵션과 달리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해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RSU는 미국 정보기술(IT)과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03년 RSU 제도를 도입했으며 애플, 구글, 메타, 아마존,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성과 보상을 회사 발전과 연동하기 위해 RSU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상장사의 3분의 1가량이 RSU 제도를 도입했으며, 국내에서는 한화그룹 이외에도 LS, 두산, 네이버 등이 RSU에 적극적이다.

【서울=뉴시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서울=뉴시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경영 승계' 악용은 막아야

하지만 RSU가 국내 대기업들의 지분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동관 부회장이 RSU 대상자가 되면서 경영 승계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오히려 대주주에게 RSU를 지급하지 않고 현금 보상을 하면 대주주 특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주주만 장기성과와 상관없이 바로 단기 성과급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준급의 200% 이내로 제한된 한화그룹 RSU 제도를 감안하면, 김 부회장이 RSU로 받을 수 있는 실제 지분도 그다지 높지 않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20년 뒤 RSU로 받을 수 있는 ㈜한화 지분은 약 1%에 불과하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도 각각 0.5%, 0.3% 정도로 추산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지분을 더 늘리려면 RSU 대신 현금으로 성과급을 받아 한화그룹의 최상단 지배회사인 ㈜한화 주식을 사 모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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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처럼 성과 보상"…한화그룹, RSU가 답 될까?

기사등록 2024/03/04 11:51:24 최초수정 2024/03/04 12: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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