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대학 의대증원 신청 디데이…학생·교수와 갈등 파장 클듯

기사등록 2024/03/04 05:05:00

최종수정 2024/03/04 06:19:29

의대 운영 40개교 중 16개교에서 "증원 방침"

일부 대학, 의료계 반발 고려 연휴까지 정중동

재정난·정부 압박도 고려해야…눈치싸움 치열

수업거부, 의대교수 '겸직해제' 불똥 튈 가능성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공의 집단행동'에 이어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 휴학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 사물함에 실습용 가운과 토시가 걸려있다. 2024.03.0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공의 집단행동'에 이어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 휴학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 사물함에 실습용 가운과 토시가 걸려있다. 2024.03.0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4일은 정부가 의과대학을 보유한 전국 대학 40개교에 의대 학생 정원 신청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마지막 날이다. 다수 대학이 의정갈등을 예의주시하면서 이날 공문을 낼 전망이다.

이미 현재 정원의 2~3배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대학들이 속출했다. 의료계에선 총장들에게 조사에 응하지 말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의대생 수업거부, 교수진 반발 등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날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까지 의대를 보유한 대학 중 최소 16개교에서 증원을 신청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연휴 동안 막판 검토를 벌였다.

이 중 7개교애서 의대 정원을 현재보다 도합 479명~639명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들 대학의 학생 정원 전체(517명)를 지금보다 2배 가량 늘리겠다는 이야기다.

경상국립대와 경북대, 충남대 등 의대 규모가 큰 지방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현재 정원을 2~3배 늘리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원 40명 안팎인 소규모 의대들의 적극적인 증원 요구가 있을지도 관심이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전공의 집단사직, 의대생 집단 휴학계 제출 및 수업거부와 같은 행동을 벌여 온 의료계에서는 의대 학장·교수들이 대학에 증원 신청 기한을 연기하거나 10% 안팎의 소극적 대응을 요구했다.

일단 압박이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하는 분위기다. 대학들은 저출생에 따른 신입생 감소에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 의대는 아무리 교육을 위해 투입되는 재정이 많다고 해도 인기가 많아 학생 충원에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의료계 반발이 대학들의 신청을 부추긴 면도 적지 않다는 것이 대학 총장들의 반응이다.

한 영남권 대학 총장은 "의대생들이 1년 휴학해 유급하면서 내년에 교육할 학생이 늘어나는 것은 괜찮고, 내년에 입학정원을 늘린다는 것은 안된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2026학년도 이후에 의대 정원을 과연 정부가 추가로 늘릴 수 있겠냐는 것도 총장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이 의대 정원을 늘릴 수 있는 최적의 기회로 보는 것이다. 의대 학생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19년째 동결돼 왔다.

설령 정부 입장에 공감하지 않는 총장들도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제출을 거부하는 식으로 반기를 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대학들의 국고 재정지원사업 의존도가 날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및 전국 의사 단체 대표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를 마친 뒤 결의문을 낭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3.0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및 전국 의사 단체 대표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를 마친 뒤 결의문을 낭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3.04. [email protected]
교육부도 이런 사정을 고려한 듯 대학들의 증원 신청 규모가 무난히 2000명을 넘을 것으로 관측해 왔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 대학들의 증원 신청계획서를 취합한 뒤 다음 달까지 배정 절차를 착수할 계획이다.

늘어난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에 반영하려면 개별 대학들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심의도 받아야 한다. 아무리 늦어도 4월말까지는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교육부는 보고 있다.

다만, 의료계 반발에 따른 학내 갈등을 우려해 의대 교수들의 입장을 수용하는 대학이 나올 수도 있다.

이미 의대 정원 규모가 100명을 넘는 사립대 일부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학장협회) 입장을 따르겠다고 답하거나 현재 정원 대비 10% 안팎을 신청하겠다고 전했다. 학장협회에서는 현재 정원 대비 11% 수준인 350명 증원이 적정하다고 했다.

이미 대학들이 제출하기로 한 증원 규모가 학장협회가 요구한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라 대학가에서 빚어져 왔던 갈등이 한층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학에서는 여전히 많은 의대생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해 둔 채 수업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의대는 본래 지난달 중순에 수업을 시작했어야 했지만 이미 다수 의대가 1~2주 이상 휴강 및 개강연기를 시행했다. 이를 3월 중순까지 이어 가기로 한 대학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3월2일까지 제출된 의대생 휴학계는 누적 1만4027건으로 추정된다. 학칙상 유효한 휴학계를 교육부가 밝히지 않고 있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 의대생 74.6%에 달한다. 학칙상 유효한 휴학계도 5385명(28..7%)으로 계속 늘고 있다. 정부에게 각을 세우던 의대생들을 자극하며 학사 차질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의정갈등이 격화되면서 서울대 의대 등에서 일부 교수들이 강의만 하고 병원 진료는 하지 않는 '겸직해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 이탈로 어려운 대학병원들의 진료 차질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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