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3개, EU 40개인데…한국 257개
국제인증과 중복된 인증 제도는 폐기
민간서도 '인증'할 수 있게…진입 허용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화장품 제조기업 A사의 유력 상품은 유기농 화장품이다. 자사 상품의 해외 수출을 위해 A사는 국제 표준 인증인 '코스모스(COSMOS) 인증'을 획득했다. 문제는 이 인증이 국내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유기농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급하는 천연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 인증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인증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두 배로 든다.
이러다 보니 인터넷 쇼핑몰 운영 중소기업 B사 같은 곳에서는 "1년 수익의 절반이 인증 유지하는 데 들어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이같은 현장의 애로 사항을 취합해 총 257개에 달하는 법정 인증제도를 정비, 189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제35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추진단)이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인증규제 정비방안'을 논의한 뒤 개선 사항을 각 부처에 통보했다.
이번 인증규제 정비방안은 추진단이 중소기업 옴부즈맨, 중소기업중앙회, 인증기관, 관련 협회·단체와 산학연 전문가 등의 의견을 취합해 인증소관 부처(25개)와 협의를 거쳐 마련했다.
미국 93개, EU 40개인데…한국은 257개
정부는 인증 제도를 운영하는 소관 행정기관도 국민의 생명·안전 등을 위한 수단으로써 인증을 활용하기보다 진흥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판단했다.
먼저 국제인증과 중복되거나 환경변화 반영에 미흡한 등 실효성이 낮은 24개 인증은 폐기했다. 유사·중복 인증은 8개로 통합했고 절차 간소화 및 비용 절감 등 총 66개 인증을 개선했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에서 운영 중인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과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과 같이 인증 내용이 비슷한 건 하나로 통합했다.
민간 인증기관의 진입도 허용한다. 다양한 인증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정부 또는 비영리기관 주도의 인증기관을 이젠 민간 기관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전기용품 인증기관 지정 기준은 영리법인까지 확대한다. 방송통신기자재 인증은 민간 인증기관으로 이전한다. 소화기와 같은 소방용품 성능인증 및 형식인증은 복수의 인증기관을 허용하기로 했다.
시행령도 개선한다. 지금도 인증 총괄기관(국가기술표준원)과 소관 부처 간 인증에 대한 다른 해석들이 상존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국가표준기본법에 인증(認證)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인증 제도를 새로 만들 때 한 번 더 심의하도록 '기술규제위원회 운영지침(산업부 고시)'을 고치기로 했다.
또 공공 조달에 참여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불필요한 인증을 취득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낙찰 가점 체제도 정비할 계획이다. 규모가 작은 벤처·중소기업의 인증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인증 제도 규제개선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인증을 통폐합하고 나아가 향후 무분별한 인증제도 신설을 방지하는 체계까지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개선방안에 대한 부처별 세부 추진상황을 반기별로 점검하고 정부 업무 평가 결과에 반영하는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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