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한 차 시동건 뒤 2시간 '쿨쿨' 기어는 후진
치상·음주운전 기소됐지만 고의 인정 안돼 무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만취 상태로 차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잠든 운전자. 잠든 사이 차량이 밀리면서 뒷차와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올 때까지 잠에서 깨지 못했던 운전자. 이 사고, 음주운전으로 볼 수 있을까.
5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2월 어느날 저녁 지인들과 술자리 후 새벽 4시께 서울 영등포구 인근에 주차해 둔 자신의 차량에 탔다.
당시 A씨의 혈중 알콜 농도는 1.102%. 운전면허 취소 수치(0,08%)를 훌쩍 넘는 만취 상태였다. 차에 타자마자 시동을 건 A씨, 이내 기어를 후진으로 바꾸고 잠에 들었는데, 이 채로 2시간20분가량이 흘렀다.
문제는 새벽 6시50분께 A씨의 차량이 후진하면서 주차 중이던 피해자 B씨의 차량을 충격하며 발생했다.
당황한 B씨가 차에서 내려 A씨의 차량으로 다가갔지만, A씨는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운전석 좌석을 완전히 젖힌 채 잠이 든 A씨는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도 깨지 못했다. 그는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차에서 계속해서 잠에 빠져 있었다.
이 사고로 B씨는 2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게 됐는데, 검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김윤희 판사는 지난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이란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뜻하기에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까지 운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 판사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차를 움직이게 할 목적이 없이 시동을 걸었지만, 불안전한 주차상태나 도로여건 탓에 자동차가 움직이게 된 경우는 자동차의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고의로 운전행위를 한 것으로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범죄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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