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르면 다음 주 책임분담 기준안 발표
적합성 원칙 위배한 판매사 불완전판매 고려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도 감안해 결정할 듯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확정 손실 규모가 6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다음 주 홍콩 ELS에 대한 책임분담 기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은행의 불완전판매 요소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투자 이력에 따라 배상액을 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이번 달 16일까지 홍콩 ELS 만기 도래 원금은 1조2609억원이다. 이중 6558억원(52%)이 확정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홍콩 H지수는 5000선으로 2021년 1만2000선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앞으로도 저조한 H지수가 유지될 경우 올해 상반기 손실액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4월에는 만기 상환금액이 2조5553억원으로 폭증하는 만큼 손실액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금감원은 판매사(은행·증권사)와 투자자 간 책임분담 기준안을 만들기 위해 불완전판매의 유형별 사례를 정리하고 배상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에 최종적인 책임분담 기준안이 나올 전망이다.
현재로선 일부 불완전판매 정황이 뚜렷하게 나온 만큼 판매사들의 배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노후 자금을 운용하려는 고령층을 상대로 부적절한 판매를 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금소법에 따르면 판매사들은 일반 금융소비자의 재산 상황, 금융상품 취득·처분 경험 등에 비춰 부적합한 금융상품 계약 체결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
다만 금소법에는 '금융소비자 스스로 필요한 지식·정보를 습득해야 한다'는 금융투자자의 책무도 강조하고 있어, 적합성 원칙을 위배한 판매사의 책임뿐 아니라 투자자의 책임 범위도 고려 대상이다.
실제로 이번 홍콩 ELS 투자자 상당수가 재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상품의 위험을 인지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해당 투자자들을 고난도 상품을 판매해도 되는 '적합 대상'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책임 분담 기준안이 마련될 때도 투자자들의 투자책임이 고려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적합성 원칙 위반 시 30%, 판매사 내부통제 부실 시 20%, 초고위험 상품 고려 시 5%가 붙으면서 55%라는 기본 배상비율을 정했다. 나머지는 투자자의 책임 등 개인별 가감 요인으로 적용했다. 예를 들어 치매를 앓는 80세 노인에게 80% 배상 비율을 적용한 이유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에 따라 20%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이 아닌 증권사를 통해 홍콩 ELS에 가입한 사람은 투자 자기책임 원칙이 더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고객은 은행과 달리 애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고객군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온라인으로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도 원금손실 가능성을 미리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배상비율이 줄어들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배상안 마련 주체를 법원이 마련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은 금소법에 따라 배상 기준안 마련을 정부(금융위원회)가 금감원장에 위탁하게 돼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제33조, 제36조 등)에 따라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사이에서 발생하는 금융관련 분쟁의 조정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다수의 홍콩 H지수 ELS 관련한 분쟁조정신청이 접수돼 국민은행 등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 및 민원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홍콩 ELS 가입자들의 피해구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등 신속한 분쟁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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