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국가도 아니고, 휴학을 어떻게 막나"…의대 있는 대학들 한숨

기사등록 2024/02/16 17:53:48

최종수정 2024/02/16 18:25:28

대학들 휴학계와 함께 보호자·학장 등 서명 요구

교육부, 교무처장 소집해 학부모 적극 설득 요청

"보호자를 설득해 동맹휴학 만류? 자체가 논란"

집단행위 금한다 학칙 있지만…"해석하기 애매"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좋겠다"…대학 고심 커져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집단행동 준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 의대 정원 증원을 규탄하는 선전물이 붙어있다. 2024.02.16.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집단행동 준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 의대 정원 증원을 규탄하는 선전물이 붙어있다. 2024.02.16.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성소의 기자 = 정부가 의대생들의 '의대 증원 반대' 동맹휴학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여가지만 대학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 당국이 나서서 휴학계를 내겠다는 자녀를 말리라고 학부모를 설득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교육부가 휴학생의 신청 사유와 승인권자까지 보고하라 한 점도 큰 압박으로 여겨지고 있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날 오후 오석환 차관 주재로 의대를 보유한 전국 대학 40개교 교무처장을 소집해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움직임에 대응해 달라고 직접 주문하기 위해서다.

교무처장은 휴학을 포함한 대학 학사 업무를 총괄하는 보직교수다. 교육부는 전날 의대가 있는 대학들에 오는 29일까지 의대생 휴학 현황을 보고하라는 내용의 공문도 보냈다. 대학 본부가 직접 의대생의 집단행동을 저지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낸 것이다.

대학들은 교육부에 오는 29일까지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의 학칙상 신청사유, 신청기간, 증빙서류 등을 적어 제출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휴학계와 함께 내야 하는 증빙을 확인했는지, 학칙과 내규 상의 요건은 충족했는지, 승인 여부와 승인 주체도 취합해 내라고 했다.

교육부도 직접 상황대책반을 편성해 이날부터 의대생의 집단행동 여부를 대학에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휴학은 개인 의사에 따라 가능하지만 완전한 자유는 아니다. 고등교육법상 학칙으로 정하는 사유로, 학칙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학 당국이 수용할 수 있다.

정부와 복수의 대학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의대생은 대체로 학칙이나 내규에 따라 휴학계를 내려면 보호자 동의와 의대 학장 등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본과 4학년 학생들이 가장 먼저 동맹휴학을 선언했던 한림대 학칙은 '일반휴학을 하고자 하는 학생은 보호자와 연서로 휴학원을 작성해 허가를 받은 후 소속 단과대 교학팀에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림대 관계자는 "휴학원엔 무조건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하고 지도교수와 학과장 또는 학장의 사인(서명)이 필요하다"며 "의대생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은 (휴학 전) 한 번씩 지도교수 상담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동맹휴학 관련해 의대생 뿐만 아니라 학부모를 상대로도 적극 설명에 나서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교육부는 교무처장들에게 집단행동 분위기 확산을 막도록 설명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학가에선 학부모 동의 등 요건만 충족했다면 휴학계를 반려할 방법은 없다는 반응이 많다. 의대생들도 성인인 만큼 학부모들을 설득해 휴학을 만류한다는 개념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전남지역 의사들이 지난 15일 오후 광주 서구 국민의힘 광주시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케어 규탄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2024.02.15.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전남지역 의사들이 지난 15일 오후 광주 서구 국민의힘 광주시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케어 규탄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2024.02.15. [email protected]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보호자를 설득해 동맹휴학을 만류한다는 것 자체도 논란이 될 것 같다"며 "공산주의도 아니고 총장이 휴학하지 말라고 하는 게 굉장히 위험하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했다.

소위 '탑5 의대' 중 한 곳의 당국자는 "휴학은 허가 사항이니 무조건 되는 건 아니지만, 학생이 휴학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을 거부한 전례는 없었다"고 전했다.

동맹휴학을 선동한 의대 학생회장 등 주동자를 대학이 징계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서울대 학칙을 한 예로 들면, '수업·연구 등 학교의 기본 기능 수행을 방해하는 개인 또는 집단적 행위와 교육목적에 위배되는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총장은 학칙을 위반하면 징계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휴학을 만류하는 것도 어려운데 징계는 더 어렵지 않겠냐는 게 중론이다. 휴학계는 개인 선택에 따라 내는 것인데 이를 학칙 위반 행위로 해석하려면 큰 부담이 따른다. 2차 갈등도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휴학계를 내면 규정에 따라 검토해 받아주되, 그에 따른 졸업 1년 유보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학생들을 달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의대 관계자는 "징계 사유가 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되게 애매하다"며 "(설령 진행해도)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판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동맹휴학을 막을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묻자 "그걸 알았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을 보호해야 하니 학교도 어떤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의대를 보유한 한 호남권 대학 총장은 "저희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강력하게 설득은 해야 하겠고,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하는 측면을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집단 휴학계가 접수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총장이 나서서 다녀라 말아라 할 수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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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국가도 아니고, 휴학을 어떻게 막나"…의대 있는 대학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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