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메타버스'(Metaverse)'가 대세였던 때가 불과 2~3년 전인데 지금은 이 용어를 쓰면 되레 촌스럽게 느껴진다.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란 용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DX'란 키워드를 내걸던 기업들이 올해는 'AX(AI Transformation)'를 외친다. 기업과 산회, 사회의 인공지능(AI) 도입과 활용을 지원하는 기업을 뜻하는 신조어다. IT 시장과 기술의 변화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다. 기술 도입과 소멸이 급박하게 서로의 자리를 바꾸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삼성SDS의 연간 실적에서도 이같은 IT 산업의 트렌드 변화가 뚜렷하게 읽힌다. 이 회사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지난 30여년간 회사의 주력사업인 시스템통합(SI) 사업 매출을 추월했다. 지난해 삼성SDS가 거둔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1조8807억원로 SI 사업 매출(1조1514억원)을 가볍게 넘어섰다. 이 회사 IT 사업 매출 중 신 사업이 SI 사업 매출을 뛰어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IT 산업 전반적인 불경기 속에서도 이 회사 클라우드 사업은 전년 대비 61.8%나 성장했다. 회사 측은 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CSP), 클라우드 관리(MSP) 각각이 고른 성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삼성SDS는 명실공히 국내 IT, 소프트웨어(SW) 업계를 대표하는 '맏형'이다. 1985년 삼성데이타시스템이란 사명을 달고 출발했다. 삼성 그룹내 각종 IT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할 '그룹 전산실' 개념의 계열사가 필요했던 것. 이후 삼성SDS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관계사들의 시스템통합(SI)·시스템 운영(SM) 수주 물량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LG CNS와 SK C&C의 탄생 배경도 삼성SDS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한동안 'SI 3사'로 불렸다. 이젠 '클라우드·AI' 기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할 판이다.
패션으로 보면 이들 기업들은 특정 콘셉트를 고수하는 브랜드라기보단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에 가깝다. 스파오나, 자라와 같은 브랜드들 말이다. 유행과 사람들의 관심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브랜딩을 달리하며, 제품 회전도 빠르다. 시대의 흐름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태세를 전환하는 것도 빠른 기업들이다.
'클라우드'란 키워드도 이젠 그다지 뜨겁지 않다. 클라우드 다음 키워드는 단연 '생성형 AI'다. 이들 IT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간 기업의 IT시스템을 맞춤형으로 구축했던 노하우를 담아 분야별, 기업규모별 필요한 생성형 AI서비스를 제공하겠단 방침이다.
삼성SDS, LG CNS, SK C&C는 앞다퉈 AI 개발 및 서비스 조직을 전면에 배치하는 한편, 생성형 AI 기반 업무 지원·자동화 플랫폼을 내놓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뛰어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클라우드'와 'AI'도 또 다른 패러다임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일 수도 있다. 기록자인 기자의 입장에선 이런 산업의 트렌드 변화를 목도하는 일은 즐겁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과 시장 요구에 고뇌에 빠진 개발자와 기획자엔 죄송하지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