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파업 예고-정부 강경 모드… '전운'고조
우크라 순방 당시 홍수…야 "국민 뒷전" 맹비난
야권 공세시 총선 영향도 고려…시빗거리 차단
북 순항미사일 발사·핵실험 가능성 '안보 위기'
민생행보 연속성 차원 해석도…신년 민심 반영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주 독일과 덴마크 순방을 계획하고 준비해왔으나 순연하기로 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의대 정원 확대로 의료계의 집단 행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북한의 도발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어서 윤 대통령이 순방을 떠날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의사단체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전공의들의 전문의 실기 시험이 끝나는 시기와 대한의사협회가 총궐기대회를 예고한 15일 이후 대규모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이번 파업은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을 추진하던 2020년 당시 전공의 파업보다 더 큰 의료 혼란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엄정대응을 예고해 강대강 대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의 순방 순연 결정은 총선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총선을 50여일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 순방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렸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 당시 국내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는데,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순방을 전격 결정하면서 귀국이 늦어지자 "자국민의 안전은 뒷전"이라며 공세를 펴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시스에 "지금 국내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고, 그런 상황에서 외교 성과가 나더라도 순방 자체로 (야당에) 공격거리를 주게 되니 그런 시비 거리를 아예 차단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순방에 따른 대통령 부재 속 북한의 도발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북한은 올 들어서만 순항미사일을 다섯번 발사했다. 14일 오전에도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수발을 발사했다.
한국 총선 정국에 맞춰 집중적으로 도발해온 전례에 비춰보면 향후 도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지적 무력 도발은 물론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태세를 갖춰야 할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군 통수권자의 순방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킬수 있어 불가피한 외교 사안이 아닌 한 당분간은 순방을 계획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국정 기조를 이어가는 흐름이 순방으로 끊길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맞으면서 올해를 '민생회복의 해'로 삼고 민생 체감형 정책을 추진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주 2회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내놓는 굵직 굵직한 정책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통 일주일 가량 소요되는 해외 순방을 떠나게 되면 민생 행보의 연속성을 해칠 수 있어 '행동하는 정부'라는 취지가 무색해 질수 있다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 취소 결정은 신년 민심을 반영한 결단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년 대담과 설 명절 연휴를 거치면서 윤 대통령이 국민들의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민생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재빨리 성과를 낼수 있는 일부터 챙겨야 한다고 참모들에 수시로 당부했다고 한다.
다만 대통령실은 순방 순연 이유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