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기 민간 희생자' 유족 백남식씨 등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서울경찰청에 고소
"결정서에 확인 안 된 경찰 사찰 기록 기재"
"역사 왜곡이 문제…명예회복의 마지막 끈"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희생자 유족 백남식씨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씨는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 결정서에 부친과 숙부를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찰 사찰기록을 토대로 각각 노동당원과 악질부역자로 기재헀다며 김 위원장을 고소했다. 2024.02.14. dahora8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2/14/NISI20240214_0020230239_web.jpg?rnd=20240214120416)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희생자 유족 백남식씨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씨는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 결정서에 부친과 숙부를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찰 사찰기록을 토대로 각각 노동당원과 악질부역자로 기재헀다며 김 위원장을 고소했다. 2024.02.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저는 우리 집 고모가 몇 명인지 모릅니다. 이모도 몇 명인지 모릅니다. 당신들이 우리 집에 오면 빨갱이로 몰려서 당신들 생활에 지장을 받으니까 어머니가 '절대 우리집에 오지 말아라'라고 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 충남 남부지역(부여·서천·논산·금산)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으로 아버지 백락용씨를 잃은 백남식(75)씨가 한 말했다. 백씨는 "이렇게 억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김광동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을 겨냥해 "자기 이념을 가지고 역사의 반역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충남 남부지역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 희생자 유족인 백남식(75)씨와 백남선(78)씨는 이날 오전 김 위원장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서에 따르면, 백남식씨의 아버지이자 동아일보 서천지국장이었던 백락용씨는 1950년 6월28일과 7월17일 사이, 형을 찾겠다고 나간 작은아버지 백락정씨는 7월1일과 17일 사이 대전 골령골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1월28일 열린 67차 위원회에서 해당 사건을 진실로 결정하고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의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백남식씨와 백남선씨는 고소장 제출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받은 진실규명 결정서에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1968년 경찰 신원조사서 기록을 인용, '노동당원으로 활약하다 처형' '악질 부역자 처형' 등 허위사실을 기재해 부친과 작은아버지 등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진실화해위가 이같은 내용을 진실규명서에 적을 수 있었던 근거가 된 경찰 신원조사서는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족에 대한 일종의 동향 감시 보고서로 신뢰할 수 없는 '허위 기록'이지만, 이를 결정서에 명시했다는 취지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희생자 유족 백남식(왼쪽)씨 등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씨는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 결정서에 부친과 숙부를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찰 사찰기록을 토대로 각각 노동당원과 악질부역자로 기재헀다며 김 위원장을 고소했다. 2024.02.14. dahora8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2/14/NISI20240214_0020230237_web.jpg?rnd=20240214120416)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희생자 유족 백남식(왼쪽)씨 등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씨는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 결정서에 부친과 숙부를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찰 사찰기록을 토대로 각각 노동당원과 악질부역자로 기재헀다며 김 위원장을 고소했다. 2024.02.14. [email protected]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이명춘 변호사는 "(진실규명 결정서에) 단순 '부역'이라는 낱말을 지우는 게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자 명예훼손일 뿐 아니라 우리 역사를 왜곡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고소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진실화해위가 이를 삭제하지 않으면 행정소송도 할 예정"이라며 "이는 어르신들에게 남아 있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끈"이라고 했다.
희생자 유족인 백남식씨와 백남선씨는 희생자들의 행방불명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사건 당시 5살이었다는 백남선씨는 "온 식구가 칼국수를 먹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와서 큰 아버지(백락용)를 모시고 가는 걸 내가 봤다"며 "이후 어머니한테 큰아버지를 찾으러 아버지(백락정)가 나갔다는 걸 들었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가) 남편이 파출소에 있다고 듣고 (어머니와) 작은 형이 아버지 면회를 갔다. (아버지를) 얼마나 두드려 팼는지 전부 멍이 들어서 앉혀 놨다고 했다. (경찰이) 바로 보낼 테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고, 기다리다 안 와서 그다음 날 다시 파출소에 가니까 거기서 행방불명이 됐다고 했다"고 술회했다.
백남식씨는 1934년 7월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한 아버지 백락용씨가 1947년 좌익 성향의 집회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지 말라는 당국의 지침에도 이를 취재하고 기사를 출고해 당시 집회취체령를 위반한 혐의로 수감된 바 있다고 했다.
이 사건으로 아버지 백락용씨가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이를 사면받기 위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가 변을 당했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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