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된 시간에 빈소 치워진 경우도 수차례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부산 동래구의 한 장례식장에는 세상을 떠난 기초생활 수급자 홍모(70대)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고 힘든 삶처럼 쓸쓸했다. 빈소에는 고인의 사진과 위패도 없었고, 조문객 하나 없었다.
홍씨는 평소 지병을 앓다 지난 3일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홍씨 가족은 시신 인수를 포기했다. 결국, 홍씨의 장례는 부산시가 지원하는 공영장례로 치르게 됐다.
하지만 이날 찾은 홍씨의 빈소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에도 너무나 부족했다.
이날 고인에게 애도를 표할 수 있는 조문 시간은 고작 4시간에 불과했다. 시의 공영장례 매뉴얼에 따르면 공영장례 빈소의 운영시간은 최대 4시간이다.
이마저도 당일 구청 누리집에 올라온 그의 부고 소식을 보지 못했다면 마지막 인사조차 건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영장례는 시가 무연고자·저소득층의 장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시작한 공공적 성격의 장례다. 시는 공영장례를 통해 인당 80만원(장제급여, 시신처리비 등)의 예산 지원과 빈소 사용료를 면제한다. 구·군은 공영장례 상담 지원 대상자를 결정하고 부고를 게시하는 등의 실무 작업을 담당한다.
연 사업비(시비)는 3억2000만원이며, 시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415명의 장례를 지원했다.
공영장례는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에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도 유가족·지인 등이 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허점 투성이다.
부산반빈곤센터 관계자, 지역 주민 등으로 구성된 공영장례조문단은 지난해 총 200여 건의 조문을 시행한 결과 현장과 행정 전반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특히 조문단은 시가 마련한 매뉴얼에 공공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최대 4시간에 그치는 빈소 운영, 부고 알림 기준 부재로 인한 당일 부고 게시 등은 보완이 시급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또 빈소 이용료가 포함되지 않은 적은 예산 탓에 매번 공영장례는 후순위로 밀리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장례 공지 시간임에도 고인의 빈소가 서둘러 치워져 버린 경우도 수차례. 이쯤이면 오히려 망자를 욕보인다는 지적에도 할말이 없어 보인다.
부산반빈곤센터 관계자는 "주말 일정이었던 고인의 빈소에 조문을 갔을 때 해당 장례식장에 다른 장례 일정이 몰린 탓에 공영장례 일정이 일방적으로 변경됐다"며 "만약 고인의 지인이 조문을 하러 왔다면 그 지인의 가슴에도 대못이 박히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례식장과 장례서비스 업체는 돈이 더 되는 경우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공영장례는 언제든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며 "업체와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산은 해가 갈수록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공영장례 제도 개선이 더욱 필요한 대목이다. 보건복지부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산지역 무연고 사망자는 2021년 402명, 2022년 531명, 2023년 619명으로 증가했다.
시가 추구하는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외된 이웃의 마지막 가는 길에라도 최소한의 존엄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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