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행정조직개편…투자유치 전담부서 신설
ASML·ASMI·삼성 등 7조5261억원 투자확정
[화성=뉴시스] 문영호 기자 = "100만 시민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울의 2배가 넘는 넓은 면적의 화성시에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세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20조원의 투자유치를 하려고 합니다."
정명근 경기 화성시장이 20조원 투자유치를 공언한 가운데 굵직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민선8기 화성시가 기업투자유치 20조원 달성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해 투자유치에 대한 업무집중도를 높이고 기업환경 개선에 공을 들인 결과다.
12일 복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ASML이 화성지역 모 처에서 화성시·삼성전자 등과 회동하고 송동 ASML 뉴캠퍼스 건립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성시는 "최근 동향과 관련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지만 2021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ASML본사를 방문한 이후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ASML은 2400억원을 투자해 화성 송동에 EUV 장비 관련 부품 재(再)제조센터와 첨단기술을 전수할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을 포함한 화성 뉴캠퍼스를 건설하는 중이다. 2025년 준공이 목표다. 지난 2021년 화성시·경기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2022년 11월 화성 송동 부지에서 기공식을 갖고 화성 뉴캠퍼스 건설에 착수했다.
ASML은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있는 반도체 생산장비 기업이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EUV(extreme ultraviolet)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생산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1m) 이하 공정에 필요한 최첨단 장비를 생산 기술을 가졌다.
같은 네덜란드계 기업인 ASMI(ASM 인터내셔널)도 2019년 화성 동탄 첨단산업단지 내에 반도체 증착장비 연구·제조시설을 설립한 데 이어 제2공장과 연구시설 건립을 추진중이다. 최소 1350억원 규모다. 전 세계 14개 나라에 진출해 있는 ASMI가 R&D(연구개발) 시설과 함께 제조시설을 구축한 곳은 대한민국, 특히 화성시가 유일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도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고성능컴퓨팅)센터 건립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설계와 기술지원 확대에 나선다. 5만3700여㎡, 지하1층, 지상 11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 데이터센터 높이만도 89.7m에 달한다.
기아는 약 1조원을 투자, 화성오토랜드에 PBV(Purpose Built Vehicle·목적기반 차량) 전용 공장을 조성한다. 국내 최초 PBV EV 전용공장과 특장차 맞춤형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연령대나 라이프스타일, 특정산업이나 직군, 개별기업을 위한 맞춤형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으로 주문제작형 상용차를 만든다. 연간 10만~15만대의 차량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산 시점은 2025년 7월로 예상된다.
현대차 기술연구소도 연구지원 인프라 확대에 나섰다. 남양읍 남양연구소 내에 지하3층, 지상17층 규모의 교육연구시설 등을 추가한다. 2000억원을 투자한다. 자동차용 신품 부품제조 전문기업인 (주)동국과 (주)동양피엘티도 각각 우정읍과 팔탄면에 연구시설 개축과 공장신축에 60여 억원씩을 투자한다.
이외에도 양감 수소복합에너지센터 구축, 화성남양연료전지 확장, 지식산업센터 조성을 통한 벤처기업 유치, 스마트운송 플랫폼 건립 등 지난해 11월 현재 화성시가 집계한 투자 확정금액은 7조5261억원에 이른다.
화성시 20조원 투자유치는 민선8기 정명근 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지난해 1월 기존 기업지원과를 기업정책과와 기업지원과로 확대 분할한 데 이어 7월에는 투자유치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유치과를 신설했다. 개별 과에 분산된 투자유치 업무를 한 곳으로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시는 투자유치환경 조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6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남부지역본부와 협약을 체결, LH임대주택 500가구를 화성지역 중소기업의 기숙사 용도로 제공했다. 690억원 규모의 창업투자펀드도 조성, 현재까지 7개 기업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시는 추가 출연을 통해 펀드규모를 2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2023년 한 해 동안 화성시 소재 제조업체는 950개가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2만 8590여 개에 달한다. 시는 앞으로도 2만 개의 기업이 더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도 2년 연속 참관해 화성시 세일즈를 펼쳤다. 특히 2024년 행사에는 공동관 참관 5개사를 비롯해 화성시 소재 유망 수출기업 43개사와 화성시 수출업무지원센터, 화성산업진흥원 관계자 등 70여명의 대규모 참관단을 꾸렸다.
정 시장은 "화성시는 보기 드문 '자족도시'다. 시 안에서 통근·통학하는 비율이 63.8%로 경기도 내 시·군 중에서 가장 높다.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좋은 일자리를 구하고 있고 전문 인재들이 화성시에 둥지를 틀고 있다"며 "정주여건, 기술인력, 첨단기업과 연구소 등이 골고루 잘 갖춰진 곳이 화성시"라고 단언했다.
그는 "화성시 동서남북으로 포진한 반도체·모빌리티·바이오산업 등 미래핵심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20조를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며 "밀려오는 첨단산업 기업들을 지렛대 삼아 GRDP 100조원을 달성하고 1인당 GNP 10만 달러 시대를 열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의 부자도시 화성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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