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준 전국 노키즈존 500개 이상
"육아문화 부정적 시선이 출산 꺼리게 해"
"저출산 현상으로 아동 만나는 시간 줄어"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2017년 1.05명이던 합계출산율이 해마다 기록을 경신해 지난해에는 0.78명을 기록하면서, 저출산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평가와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키즈존' '맘충' 등 육아 문화를 부정적으로 여기게 만드는 요소들의 영향이 크다며 아동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1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뉴시스와 만난 20·30대 여성들은 육아 문화를 부정적으로 여기게 만드는 요소들로 출산에 대한 의지가 꺾였다고 입을 모았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출산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힌 직장인 박모(28)씨는 "'노키즈존' '맘충' 같은 양육자와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아이 낳는 걸 꺼리게 한다"며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아동보다는 일정 나이 이상의 아이를 입양할 생각은 있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홍모(25)씨는 "아이들이 어려서 하는 행동들에 멸칭이 붙고 아이를 제대로 통제 못 하는 엄마에게 특히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걸 보면서 출산에 대한 의지가 줄어들었다"며 "노키즈존을 두고 친구와 '무서워서 아이 못 낳겠다'는 농담을 주고받곤 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정책포럼 최근호에 실린 '노키즈존 운영 실태와 향후 과제'(김아름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노키즈존 매장은 500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 제주, 서울, 부산 순으로 관광지이거나 인구가 많은 곳에 집중됐고, 업종별로는 카페와 식당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노키즈존'을 접할 수 있는 셈이다.
노키즈존 등 육아 과정의 차별적 경험과 인식이 출산에 대한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노키즈존의 반대 격인 '아동친화업소' 지정을 골자로 하는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아동친화업소의 지정이 노키즈존의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나오면서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4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지역 내 '노키즈존' 금지를 골자로 하는 조레안을 발의했으나, 지난해 9월 수정·가결된 조례안에는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업소에 대한 처벌과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 빠져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례가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전면적인 아동 출입 금지(노키즈) 대신 특정 행위를 제한하는 방식을 사용해 양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어들게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노키즈존 운영 실태와 향후 과제'에서 노시니어존·노외국인존과 같이 특정인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낮지만, 노스터디존과 같이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높은 공감대를 보였다는 내용의 지난해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특정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할 수 있으나 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영업주의 권리로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노매너존과 같이 특정 행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저출산 현상이 심해지면서 아동을 동반한 고객들을 거부하더라도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점차 노키즈존이 증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며 "좀 더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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