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 순직 소방관 55명…매년 5명 꼴
작년 3월 김제 30대·12월 제주 20대 순직
"구조대원 구조대 현장 배치· 의무화해야"
실화재 훈련장 부족…無경험 투입 문제도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경북 문경 식품가공 공장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가운데, 반복되는 소방관 순직을 막기 위해 구조대원을 구조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현장에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47분께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한 육가공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문경소방서 소속 고(故) 김수광(27) 소방장(추서)과 박수훈(35) 소방교(추서)가 구조 활동 중 건물에 갇혀 끝내 숨졌다.
이들은 공장 안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작업자들을 수색하기 위해 화재건물 내부로 진입했다가 급격히 확산한 불길에 갇혀 변을 당했다.
이같은 소방관 순직 사고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전북 김제시에서 단독주택 화재를 진압하던 고 성공일 소방교가 집주인이었던 70대 노인을 구하려다 사망했다. 그는 "안에 할아버지가 있다"는 말을 듣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고,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고 임성철 소방장이 제주 서귀포시 한 감귤 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키다 건물 잔해에 부상을 입어 순직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2년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22년 1월까지 10년 동안 총 55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매년 5명의 소방관이 직무를 수행하던 중 사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소방 인력을 늘려 구조대원을 구조할 추가 인력을 현장에 상시 배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미국의 경우 유사시 구조대를 구조할 최소 2명의 인력을 둘 것을 의무로 규정하지만, 한국의 경우 이를 '지휘관 재량'에 맡기는 탓에 '구조대원의 구조대'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구조대원 구조대'는 미국과 달리 소방관이 고립되면 꾸려지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 시간만 해도 20~30분이 최소한 소요되는데 그동안 고립된 소방관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방관들이 고립되는 유형들에 대한 추가적인 전문 교육을 받은 '구조대원 구조대'가 있으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화된 장비, 교육을 받은 인원들이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체계가 돼야 한다"고 했다.
실화재 훈련을 늘리는 등 소방 인력 교육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은 실제 큰불을 내고 그곳에서 훈련하는 '실화재 훈련장'이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실제 큰불이 났을 때 이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소방관들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화재 훈련이이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실제 이용호 의원 자료를 보면 2011~2022년 1월까지 순직한 소방관 55명 중 임용 0∼5년 차가 24명(43.6%), 6∼10년 차가 11명(20%)으로 60% 이상이 10년 차 이하 소방관이었다.
이번에 문경 화재 사고로 순직한 김수광 역시 2019년 공개경쟁채용으로 임용된 6년 차 소방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