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노동·인권 유린 일상
"어른 된 후, 금전 사기까지"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1970~80년대 강제 노동과 인권 유린이 벌어졌던 부산 형제복지원. 이와 유사한 피해를 또 다른 시설 '덕성원'에서 겪었다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협의회)는 1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의회에 따르면 덕성원은 1952년 동래구 중동에 정착했고, 1996년 사회복지법인 덕성원으로 법인 명칭을 변경한 뒤 2000년에 폐원한 아동보호시설이다.
이곳에서는 형제복지원과 영화숙, 재생원 등을 비롯한 부산 내 사회복지시설과 마찬가지로 인권 유린과 강제 노동이 이뤄졌다고 알려졌다.
안종환 협의회 대표는 "세 살 무렵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 등에 업혀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가 몇 년 뒤 덕성원으로 이송됐다"며 "그 이후 엄마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어린 시절 수용시설의 생활은 너무나 가혹했고, 배고픔과 폭력, 구타는 하루 일과 중 의무적인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안 대표는 "지금이라도 덕성원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 억울함을 풀어 주길 바란다"며 "덕성원이라는 수용시설이 있었다는 것도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망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심모씨는 수용시설의 참혹한 삶이 어린 시절에서 끝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심씨는 "덕성원 재단은 어른이 돼 덕성원을 나간 원생들을 상대로 사기까지 쳤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명목으로 적게는 몇천만 원, 많게는 몇억씩 빌린 뒤 아직 갚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데, 재단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호위호식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손석주 영화숙·재생원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이제라도 국가와 부산시가 이런 문제를 살피고, 철저히 조사해서 어린아이들이 겪었던 한을 꼭 풀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이날 부산시에 ▲덕성원 거주 아동 관련 자료 발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덕성원 사건 접수 협조 등을 요구했다.
현재까지 협의회에 접수된 덕성원 관련 피해 건수는 40여건이다.
한편 덕성원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 하에 장애인과 고아, 어린 아이들을 불법 감금한 뒤 인권 유린을 자행한 시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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