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연이어 2명 사망…법 시행 나흘 만
고용장관, 현장으로 향해…"법과 원칙따라 처리"
국회에 유예안 처리 촉구도…"현명한 판단 부탁"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지난달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법 시행 나흘 만에 부산과 강원의 영세사업장에서 잇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9시30분께 강원 평창군에 있는 한 축사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던 중국 국적 A(46)씨가 5.6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오전 9시께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폐알루미늄 수거·처리 업체에서 근로자 B(37)씨가 숨졌다.
A씨는 집게차로 폐기물을 내리는 작업을 하던 중 집게마스트와 화물적재함에 끼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업장은 상시근로자가 각각 11인, 10인으로, 지난달 27일부터 확대 시행된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부산 기장군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부산고용청과 부산동부지청에 신속한 사고 수습을 지휘하고, 직접 상황을 살피기 위해 부산으로 향했다.
이 장관은 현장 방문을 마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장을 보니 매우 위험해보이는 기계장비인데 안전조치는 없어보였다"며 "출동한 감독관에게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괜찮겠지' 하는 방심은 금물이다. 무엇이 위험한지 제일 잘 아는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함께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면서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은 준비가 안 된 곳이 많은데 오늘 사고로 마음이 더 급해졌다"고 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 한 분이 '사업주가 수사받고 구속되거나 폐업되면 남은 우리도 생계가 어렵다'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사업주가 구속되면 영세 사업장의 경우 폐업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10여명 남짓 동네 지인과 형님, 아우처럼 지내왔던 분들이 재해자에게 애도의 마음을 가지면서도 사고로 인한 사법처리, 폐업과 일자리 걱정, 동료의 트라우마 등 예상되는 아픔과 피해는 너무도 복잡하고 큰 것이었다"며, "결국 가장 좋은 해결책은 사전 예방인데 문제는 돈과 사람, 그리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강원 평창군에서 발생한 사건을 보고 받은 상황도 전했다.
그는 "현장을 떠나는데, 강원도의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2호 사업장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늦게까지 고생한 부산청 감독관들, 안전보건공단 직원들과 인근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했다. 식당 사장님께 직원 수를 여쭤보니 13명이라고 하시기에 이번에 법이 추가로 적용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손님도 예전 같지 않고, 하루하루 장사가 살얼음판인데 중대재해가 발생한다고 사장을 구속하면 너무한 것 아니냐'고 걱정 가득한 얼굴로 하소연을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산재예방에 더 노력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더 앞당기겠다"며 "국회도 사회적 약자일 수 있는 중소 영세 상공인의 부담도 덜면서 산재예방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소망한다"며 이날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담은 법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29일부터 고용부가 시행 중인 '산업안전대진단' 참여를 당부했다. 산업안전대진단은 총 83만7000여개에 달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스스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진단해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장관은 "현재를 진단하면 미래를 위한 재정지원도 받을 수 있다"며 "여러분은 노사이기도 하지만 가족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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