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농안법 개정안, 야당 단독으로 농해수위 통과
쌀 의무매입 7000억·5대 채소 가격보장 1.2조 소요 추산
특정 작물 생산 쏠림으로 공급과잉·가격하락 등 악순환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쌀 가격이 폭락하면 초과생산량을 의무매입하고,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기준보다 하락하면 차액을 보장하는 법 개정 절차가 야당 주도로 강행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법이 개정돼 시행되면 쌀과 특정 농산물 과잉 생산과 품질 저하는 물론, 한 해 2조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날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의결돼 본회의 상정을 남겨두게 됐다.
이번 양곡법 개정안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일부 보완한 것이다. 초과 생산 또는 가격 하락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대신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정한 목표가격제에 못 미치면 의무매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쌀을 의무매입할 때 가격도 시장가격과 관련 없이 공공비축미 가격으로 매입하고, 양곡에 쌀을 비롯한 밀·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상임위를 함께 통과한 농안법은 쌀, 채소,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생산자에게 그 차액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준가격과 대상품목 등은 심의위원회에서 평년 가격을 기초로 확정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양곡법과 농안법이 시행되면 쌀이나 주요 채소·과일 등 특정 작물에 생산이 쏠리고, 이에 따른 과잉 생산과 수급 불균형, 품질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쌀 의무매입과 농산물 가격보장에 매년 수 조원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과잉 문제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초래된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양곡법 개정으로 쌀 공급과잉 구조가 심화되면 재정부담도 증가해 시장격리에 당장 7000억원 이상이 소요되고, 2030년에는 1조4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쌀에 대한 과도한 재정지원은 수급 조절 기능을 악화시켜 수급 괴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종인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KREI 농정토론회에서 양곡법 개정과 관련해 "생산비 등을 반영한 가격 보전에 초점이 맞춰져 가격 신호에 따른 수급 조절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일본도 가격안정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생산자가 가격 보전 금액 중 일부를 부담하고 과잉 출하 시 보전 비율 삭감 등 불이익 조치 등으로 시장 수급 조절 기능이 작동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안법 역시 과도한 재정 투입이 우려된다. 당장 배추·무·건고추·마늘·양파 등 5대 채소에 평년 가격 기준으로 가격안정제를 시행하면 연간 1조1906억원의 재정이 소요된다는 분석도 있다.
품목별로 3.5%에서 41.2%까지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최대 67%까지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 의욕이 떨어지고, 소비기반도 줄어 판매가 줄어드는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
안병일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농안법과 관련해 "5대 채소에 대한 가격보장제를 실시하는 데 예상되는 재정소요액은 수매비축 사업에 소요된 예산(2022년 720억원)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라며 "정부의 시장 개입 정책은 재정소요액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후생 손실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