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심으로 병립형 밀어붙이기…당내 반대에 갈등 우려

기사등록 2024/02/01 15:19:26

최종수정 2024/02/01 17:47:29

이르면 3~4일 전당원 투표 실시할 듯…내일 지도부 논의

당원들 대다수 병립형 선호…지도부 '병립형 굳히기' 비판

현역 절반은 연동형 유지 촉구…당내 갈등 피할 수 없을 듯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지역구 후보자 면접을 보기 위해 면접장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1.31.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지역구 후보자 면접을 보기 위해 면접장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1.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조재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게임의 룰'인 선거제도 개편안을 놓고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르면 이번 주말께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에게 충성도가 높은 당원들은 선거 유불리를 고려해 병립형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지도부가 당심을 바탕으로 병립형을 밀어 붙이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현역 의원 절반 가량인 80명은 지도부에 연동형 유지를 촉구한 바 있어 당내 갈등이 우려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내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원 투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의논할 예정이다.

투표 시기는 실무 준비 기간을 고려해 빠르면 오는 3일과 4일 이틀 간 투표를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도부가 투표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지도 논의 대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주 주말 동안 투표를 실시하자는 방안이 거론된다"며 "투표 결과를 지도부가 수용할 지, 참고만 할 지는 논의해야 한다.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원들에게 병립형과 연동형을 선택지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청래 최고의원은 병립형과 연동형을 놓고 전당원 투표를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최근 당내에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어 제3의 선택지로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당내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놓고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의견과 이재명 대표의 선거제 개혁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준연동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지도부는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당내 의견이 맞서면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라이브 방송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발언을 하면서 병립형 회귀가 기정사실화 되기도 했다. 진보진영의 반발에 준연동형 유지를 검토했지만 최근에는 제3의 방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총선 공천을 책임지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소수 정당의 의석을 보장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여야 협상이 가능하고 지역 균형 안배가 가능한 소수 정당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국회에서 속히 타결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를 위해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원들은 선거 승리에 유리한 병립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당원 투표 실시 결정이 지도부의 '병립형 굳히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당원들 사이에서 병립형 선호도가 높다는 사실을 과연 지도부가 모르겠느냐"고 말했다.

지도부가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병립형으로 입장을 정한다면 당내 반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 소속 의원 80명은 지난 26일 "병립형 퇴행은 비례 몇 석을 더 얻으려다 253개 지역구에서 손해 보는 소탐대실이다. 지역구 민주당, 비례 연합으로 연동형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민주당 전체 의원은 164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연동형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당내에서는 지도부의 전당원 투표 실시 방침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안민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는 갈등을 종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모두가 손을 잡아야 할 때"라며 "그래서 이번 민주당 지도부의 선거제 결정을 위한 전 당원 투표를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어떤 방향이 있다고 하면 그걸로 의원을 설득하고, 그리고 의원들의 설득된 의견을 갖고 당원을 설득하는 절차로 가는 게 맞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결정이 어려운 순간 마다 당원에게 선택을 맡겨 위기를 넘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준연동형 도입에 따른 위성정당 참여 여부를 당원 투표에 부쳤다. 투표 결과 당원들은 위성정당 참여에 손을 들어줬다. 

또한 2020년 11월에는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로 발생한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후보 공천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맡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최고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투표하면 국민에게 책임 떠넘기는 건가. 국민에게, 당원에게 묻는 것이 주권재민 민주주의 헌법정신 아닌가"라며 "중요한 정책을 당원에게 묻는 것이 나쁜가. 참 이상한 논리"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전당원 투표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당원 투표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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