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후배 얼굴로 딥페이크 영상 만들었지만 '불송치'
현행법상 '반포 목적 없었다' 하면 처벌 어려워
법조인 "피해자 고려해 추가 입법 고려해야 할 것"
딥페이크 범죄 처벌 70건…절반 이상은 '집행유예'
[서울=뉴시스] 이아름 리포터 = 특정인의 얼굴 이미지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deep fake)'는 이제 개인의 일상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딥페이크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젠 테일러 스위프트와 같은 유명인들만 딥페이크 범죄의 타깃이 되는게 아니다. 일반인이 자신의 모습이 들어간 음란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법과 규제는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 수단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0대 직장인 여성 A씨(24)는 지난해 직장 상사 B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있는 사진으로 음란물을 제작한 사실을 알게됐다. 가해자인 B씨가 직장 동료들의 사진을 음란 영상에 합성해 PC에 보관해두고 있다가 여자친구 C씨에게 발각된 것이다.
B씨는 A씨 뿐만 아니라 다른 직장 동료들의 사진으로도 음란물을 제작했다. B씨와 C씨가 다투는 과정에서 영상이 온라인 메신저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송되기까지 했다. 이를 알게된 A씨는 B씨를 고소했지만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유포 목적으로 영상을 제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불송치 결정의 이유였다. 2020년 6월 '딥페이크 처벌법(개정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이 도입됐지만 B씨의 사례처럼 타인의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어 보관하는 행위 자체는 처벌하기 매우 어렵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을 제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영리 목적으로 제작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된다.
이 사건에 대해 한 법조인은 "해당 처벌 조항은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가 범죄 성립을 위한 구성 요건이다. 따라서 개인 소지 목적의 허위 영상물 제작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반포 목적이 있었는지는 수사관이 입증해야 하는데 해당 사실 관계에서는 그러한 입증이 될 수 없는 구조로서 특이한 우연적 상황에 의한 피해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모습이 합성된 음란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지만 아무런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고소하려고 증거를 모은 게 아니다 보니 증거가 별로 없어, 다시 법적인 처벌을 요청하기 어렵다"라며 "가해자는 지금도 주변 지인들 연락을 다 받고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있다. 그런데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가만히 있으면 이런 일이 더 많아지면서 발생할 많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딥페이크 음란물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고, 인지하더라도 가해자를 법적 처벌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누구나 생성형 AI 기술을 이용 가능한 시대가 됐고 딥페이크 음란물의 확산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완 입법을 검토해볼 만 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법률 전문가는 "반포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현재는 목적범에 해당하는 1항의 성립을 전제로만 처벌하고 있는데, 제작자가 반포 목적이 없이 제작하였더라도 제3자가 무단 반포한 경우에는 피해자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추가 입법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처벌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어 입건되더라도 실제 처벌 수위는 매우 낮아 범죄를 근절하는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설명이다.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김명주 교수는 "딥페이크 문제는 이미 발생했고,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음란물을 만드는 것은 범죄이지만, 이미 딥페이크가 산업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아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법원에서 처벌된 건 70건 남짓이다. 그중 반 이상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실제 징역을 산 사람은 5~6건 정도"라며 "'(현행 구조하에) 범죄를 저질러도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라는 사회적 인식을 줄 수 있어 힘이 빠지는 규제"라고 덧붙였다.
◎튜브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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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테일러 스위프트와 같은 유명인들만 딥페이크 범죄의 타깃이 되는게 아니다. 일반인이 자신의 모습이 들어간 음란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법과 규제는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 수단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0대 직장인 여성 A씨(24)는 지난해 직장 상사 B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있는 사진으로 음란물을 제작한 사실을 알게됐다. 가해자인 B씨가 직장 동료들의 사진을 음란 영상에 합성해 PC에 보관해두고 있다가 여자친구 C씨에게 발각된 것이다.
B씨는 A씨 뿐만 아니라 다른 직장 동료들의 사진으로도 음란물을 제작했다. B씨와 C씨가 다투는 과정에서 영상이 온라인 메신저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송되기까지 했다. 이를 알게된 A씨는 B씨를 고소했지만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유포 목적으로 영상을 제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불송치 결정의 이유였다. 2020년 6월 '딥페이크 처벌법(개정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이 도입됐지만 B씨의 사례처럼 타인의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어 보관하는 행위 자체는 처벌하기 매우 어렵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을 제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영리 목적으로 제작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된다.
이 사건에 대해 한 법조인은 "해당 처벌 조항은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가 범죄 성립을 위한 구성 요건이다. 따라서 개인 소지 목적의 허위 영상물 제작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반포 목적이 있었는지는 수사관이 입증해야 하는데 해당 사실 관계에서는 그러한 입증이 될 수 없는 구조로서 특이한 우연적 상황에 의한 피해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모습이 합성된 음란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지만 아무런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고소하려고 증거를 모은 게 아니다 보니 증거가 별로 없어, 다시 법적인 처벌을 요청하기 어렵다"라며 "가해자는 지금도 주변 지인들 연락을 다 받고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있다. 그런데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가만히 있으면 이런 일이 더 많아지면서 발생할 많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딥페이크 음란물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고, 인지하더라도 가해자를 법적 처벌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누구나 생성형 AI 기술을 이용 가능한 시대가 됐고 딥페이크 음란물의 확산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완 입법을 검토해볼 만 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법률 전문가는 "반포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현재는 목적범에 해당하는 1항의 성립을 전제로만 처벌하고 있는데, 제작자가 반포 목적이 없이 제작하였더라도 제3자가 무단 반포한 경우에는 피해자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추가 입법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처벌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어 입건되더라도 실제 처벌 수위는 매우 낮아 범죄를 근절하는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설명이다.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김명주 교수는 "딥페이크 문제는 이미 발생했고,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음란물을 만드는 것은 범죄이지만, 이미 딥페이크가 산업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아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법원에서 처벌된 건 70건 남짓이다. 그중 반 이상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실제 징역을 산 사람은 5~6건 정도"라며 "'(현행 구조하에) 범죄를 저질러도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라는 사회적 인식을 줄 수 있어 힘이 빠지는 규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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