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비밀누설 등에 유죄…"책임 무거워"
공직선거법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선 무죄
'손준성 보냄' 근거로 텔레그램 발신 인정
"정황상 김웅에 메시지 전달 사실도 맞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4·15 총선 개입을 목적으로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해 1심 법원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실제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텔레그램 메시지에 표기된 '손준성 보냄'을 근거로 발신자는 손 차장검사가 맞다고 인정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메시지를 보낸 이 역시 손 차장검사로, 검찰과 대립했던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 동기도 충분하다고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31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손 차장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도주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으로, 검사의 권한 행사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며 "공익 대표자, 인권 수호자,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되며 국민의 가장 중요한 요청 중 하나는 검사의 정치적 중립"이라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피고인이 범한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는 그 자체만으로 검찰과 구성원을 공격하는 익명의 제보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누설하는 것"이라며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각 범행들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일반적인 공무상 비밀 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비해 사안이 엄중하며 죄책도 무겁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손 차장검사에게 적용된 혐의 중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일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우선 메신저 특성에 비춰 고발장이 첨부됐던 텔레그램 메시지에 '손준성 보냄' 표시를 근거로 이를 직접 전송한 당사자가 손 차장검사라고 인정했다. 또 해당 고발장이 당시 검찰 조직을 공격하던 여권 인사를 겨냥하고 있었기에 검찰 관계자이던 그에게 고발 동기도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텔레그램 기능상 누군가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상단에 피고인이 아닌 전송자의 이름으로 '보냄'이 표시된다"며 "이에 따라 피고인이 이 메시지를 최초 생성해 다른 이에게 전송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제반 사정에 따르면 피고인이 대검 수정관으로서 정보수집, 검증 평가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를 이용해 각 고발장 일부 작성과 검토, 수사정보 생성 수집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정황상 피고인이 각 텔레그램 메시지를 김웅에게 전송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이를 인정하는 이상,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한 공직선거법 범행 실행에 대한 암묵적 의사 결합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두 사람의 공모가 실제 선거에 미친 영향이 없었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과 김웅이 조성은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행위는 공모자와 이를 방조한 사람 사이 내부 전달에 불과하다"며 "범행 실행 착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명 채널A 사건 관련 '제보자X'로 불리는 지모씨 관련 판결문을 유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수정관 지위 내지 자격으로 얻은 직무상 비밀"이라며 "법원과 각 기관에서만 확보할 수 있는 실명 판결문을 기재해 인적정보가 알려진다면 지씨로서는 위축될 수 있고, (채널A) 사건 관련 의사결정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고발사주 사건은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차장검사는 총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야권에 사주한 혐의로 2022년 5월 기소됐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과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 당시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주된 혐의 사실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결심에서 공직선거법상 분리 선고 규정에 따라 손 차장검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징역 3년을, 공무상 비밀 누설 등 나머지 혐의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구형량은 총 징역 5년이다.
이날 판결로 인해 이 사건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 중 처음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안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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