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입사해 10년 만에 상무 승진…40대 초반 조합장
5선 재임 기간 율곡농협 자산 6배 성장 '강소농협' 견인
"지역농협이 주인되는 중앙회 만들 것"…공약 이행 약속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인구 2000명 경남 합천군 율곡면의 작은 단위 농협을 지키고 있는 강호동(61) 율곡농협조합장이 206만 조합원을 거느린 농협중앙회를 이끈다.
농협중앙회는 자산규모 145조원에 계열사만 32개에 달한다. 총 자산 525조원 규모의 농협금융지주까지 더하면 우리나라 한해 예산과 맞먹는 거대 자산을 운용한다.
농협중앙회장은 핵심 사업을 주도해 흔히들 ‘농민 대통령’으로 칭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당선인은 작은 단위 농협 조합장이지만 그가 농협과 함께 한 발자취를 쫒으면 준비된 농민 대통령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이들은 거의 없다.
1987년 율곡농협에 입사하며 농협과 연을 맺은 그는 37년 동안 한우물만 판 열혈 농협맨이다. 입사 10년 만인 1997년 율곡농협 상무로 승진했고, 2006년 40대 초반의 나이에 조합장까지 올랐다.
인구 고령화와 지역 소멸 등 농촌이 처한 현실에 수년 전부터 지역 면 단위 농협은 통폐합이 이뤄졌지만 강 당선인이 지킨 율곡농협은 꿋꿋하게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강 당선인은 율곡농협을 작지만 강한 '강소 농협'으로 성장시키면서 지역 단위 농협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다양한 품종 개발과 물류 기술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딸기의 수출길을 개척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국산 딸기 품종인 설향을 자체 브랜드화 한 '첫눈에 반한 딸기'를 출시해 홍콩과 대만 등에 수출했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기도 버거운 시기에 이뤄낸 성과다. 딸기 외에도 양파와 양파즙을 미국 등에 판매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전국 농협 최초로 생장물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 대부분의 농협이 직접 농사를 지은 뒤 판매와 유통까지 책임지는 생장물사업을 하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조합장인 강 당선인의 조직 장악력과 파격적인 업무 추진력이 없었으면 작은 면 단위 농협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농작물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조합원들의 수익은 향상되면서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안전장치가 됐다. 자산 규모가 200억원에 불과했던 율곡농협은 지난해 2500억원으로 자산을 불렸다.
2018년에는 임직원 21명에 불과한 율곡농협이 400억원이 넘는 경제사업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직원 1명이 20억원에 가까운 실적을 올려 당시 전국 평균보다 3배를 넘기도 했다.
이 같은 강 당선인의 능력은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2016년부터는 농협중앙회 이사를 역임했고, 농협경제지주 이사, 상호금융 소이사회 이사, 농민신문사 이사 등을 역임하며 지역 농협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2020년 제24대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1차 투표에서 3위를 하며 아쉽게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전국 시군을 대표하는 대의원조합장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간선제로 치러진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단위 농협조합장 신분으로 선전했다는 격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강 당선인은 4년 전의 도전을 동력 삼아 농협을 위해 더욱 구슬땀을 흘렸고, 재도전 끝에 농민 대통령에 올랐다.
그는 변화와 혁신,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협동조합으로 농업인과 임직원, 국민이 함께하는 농협을 만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체 조합원의 의중이 더 크게 반영된 직선제로 농민 수장이 된 만큼 목표로 한 공약을 이행하는데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인 소득 증대와 농협의 안정적 수익 기반 확보를 위한 지역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 도농 조합 간 상생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무이자자금 20조원을 조성해 조합당 200억~500억원씩 지원하고, 상호금융 독립 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지주를 중앙회로 이관하고, 조합장의 농정활동비 월 100만원 지원, 조곡 40㎏에 7만~8만원 유지, 농자재 가격 인하로 인한 영농비 절감 등도 추진한다.
강 당선인은 3월 정기총회를 거쳐 4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농협을 혁신하고 변화시켜서 지역농협을 위하고 조합장을 위하고 농업인을 위하는 농협중앙회로 혁신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100대 공약을 지키고 조합장과 소통해 지역농협이 주인이 되는 농협중앙회를 만들겠다"는 강 당선인의 포부가 농협의 변화와 혁신을 앞당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