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령에 울상 지은 증권사와 대비
"금융당국, 코인거래소 도와준 셈…상승장 수혜 누릴 것"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국내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가 막혀 다행이네요"
국내 대형 코인거래소 임원이 최근 웃으면서 전한 말입니다. 우리 금융당국이 내린 '비트코인 현물 ETF 금지령'이 코인거래소에겐 오히려 호재란 건데요. 금지령에 울상 짓던 국내 증권사들과 대비된 모습입니다.
코인거래소가 당국의 빗장에 웃을 수 있는 이유는 투자 수요를 기존과 같이 독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거래소를 거치는 것 외에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살 방법을 금융당국이 차단하자 한시름 놓았다는 반응입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국내 대형 코인거래소 사이에선 수요 분산에 대한 우려가 퍼졌는데요. 특히 미국 운용사들이 ETF 출시 전부터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우자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공포까지 느꼈다는 후문입니다. 거래 수수료가 절대적 수입원인 코인거래소 특성을 고려하면 이해되는 상황이죠.
국내 대형 코인거래소 한 임원은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 초대형 운용사들이 낮은 수수료를 내세워 비트코인 투자 자금이 그쪽으로 쏠리는 상황을 예전부터 우려해 왔다"며 "ETF 거래 수수료가 거래소 수수료보다 저렴하면 거래소를 이용할 이유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금지하면서 당분간 이런 걱정은 덜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국내 거래소엔 우려였던 상황이 미국 거래소엔 현실이 됐는데요. 현물 ETF가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겁니다. 이에 미국 대형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현물 ETF 출시 직후 수직 하강했는데요.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린 모습입니다.
코인베이스 이사는 경쟁에 대한 압박을 직접 전하기도 했습니다. 알레시아 하스 코인베이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됨으로써 장기적인 수수료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코인베이스 수수료는 최대 연 0.6%로 비트코인 현물 ETF 평균 수수료(연 0.25%)보다 3배가량 비싼 상황인데요. 여기에 운용사들이 마케팅 전쟁을 위해 수수료 제로(0)도 예고하고 있어 향후 압박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한편 당국 조치로 경쟁자가 제거된 국내 거래소는 올해 예견된 상승장의 수혜를 온전히 누릴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국내 가상자산 리서치 기업 한 임원은 "미국과 달리 국내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금지한 것은 사실상 '코인거래소 도와주기'가 됐다"며 "그 덕분에 올해 반감기와 금리 인하 등으로 코인 가격과 거래량이 급등할 때 이들의 수수료 수입과 존재감도 확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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