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발트해 일대 소련 정체성 줄어들자 불만
방문 탓 긴장↑…스웨덴서 전투기 배치해 대비
크렘린궁 "나토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 아니다"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가능성이 커지는 와중에 발트해 월경지인 칼리닌그라드를 찾았다. 칼리닌그라드는 나토 회원국에 둘러싸인 러시아 영토다.
25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칼리닌그라드에서 대학생의 날을 맞아 이마누엘 칸트 발틱연방대에서 학생을 만나 대화하면서 소련 전쟁기념비를 철거한 발트해 일대 옛 소련 국가를 비난했다.
그는 "이는 그들이 어디에 살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와 관련해 놀랍도록 무지하고 몰이해 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공산권으로 묶이던 발트해 일대 국가가 이를 벗어나 서방 세력과 가까워지는 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전용기를 타고 칼리닌그라드로 가면서 나토 회원국인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폴란드 일대를 돌아 비행해 군사적 긴장감을 높였다.
이 같은 행보에 푸틴 대통령이 발트해에 접근하자 스웨덴의 한 섬에 전투기가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나토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대통령이 러시아 지역을 방문하는 일은 나토 국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여러 해 동안 해온 일을 하는 것"이라며 "즉 우리나라와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에 서명했다. '큰 산'을 넘은 스웨덴은 헝가리만 설득하면 나토에 입성한다.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불편하다. 영토 서편이 불편한 서방 세력에 둘러싸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편한 심기가 푸틴 대통령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러시아 위협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패트릭 샌더스 영국 육군 참모총장이 러시아 위협에 대비해 시민에 기초 군사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는 병력을 50만 명 규모로 키워야 한다는 군 수뇌부 제언도 나왔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8년 안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맥락에서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유럽이 러시아 공세에 대비할 시간이 3~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임박한 위협이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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